함께 모진 겨울 준비했던 입동의 뜻
[이성주의 건강편지]
오늘(11월 7일)은 입동(立冬)입니다.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과 첫눈 내리는 소설(小雪)의 사이,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날이지요. (사람이) 겨울에 들어가는 ‘入冬’이 아니라, 겨울이 들어서는 ‘立冬’이라는 한자어에서 옛사람들의 겸허함을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지금은 음식도 푼푼하고, 옷과 난방 덕분에 ‘등 따신 겨울’이 가능해졌지만, 헐벗은 때의 겨울은 공포였겠죠? 조상은 입동 무렵 김장을 하고, 소여물을 만들며 겨울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김치를 제대로 먹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몇 백 포기 김장을 함께 한 것은 김치를 담글 수 없는 이들과 나누는 의미가 클 겁니다. 조상들은 추수할 때에도 헐벗은 이를 위해 이삭을 따로 거두지 않았고, 한겨울 배를 곯을 까치를 위해 감나무에 홍시 몇 개, ‘까치밥’을 남겨 뒀지요.
고난과 역경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겨낼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수만 년 쌓인 암묵지(暗默知)이고 지혜이지요. 공동체의 정신을 잊으면, 고통은 모두에게 더 큰 무게로 찾아온다는 것을 요즘 절감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웃음도 함께 하면 더 커지고, 더 밝아집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고 한 것처럼, 괴로울 때 일부러라도 웃으면 마음이 풀립니다. 여러 연구 결과 둘이서, 셋이서, 여럿이 함께 웃으면 혼자 웃는 것보다 효과가 더 커진다고 합니다.
오늘 입동에는 ‘함께’의 뜻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은 여유라도 있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도. 까치의 겨울까지도 생각했던 ‘사람의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면 스스로 더 푼푼해지지 않을까요? 10의 눈물을 넷이서 나누면 각자에게 1이 되고, 1의 웃음을 넷이서 나누면 10이 된다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