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진·영상 유포’, ‘혐오·비난표현’ 멈춰!

반복적 정보 확인도 자제... 전 국민적 트라우마 우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한 시민이 두고 간 꽃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사진·영상의 무차별 유포와 혐오·비난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전문가들의 권고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행동이 참사 생존자나 목격자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 없던 일반 시민에게 2·3차 심리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오강섭)와 산하 재난정신건강위원회(위원장 백종우)는 30일 오전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일부 무분별한 행태가 향후 대규모 심리적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두 기관은 △여과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거나 △참사 피해자·생존자·목격자 등에 대해 혐오 표현이나 비난을 퍼붓는 일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 행태 등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학회는 “인명 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으며 (무분별한 행동이) 다수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것도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중앙대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지선 교수 역시 이와 관련해 “참사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가 2차, 3차 등 순차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 교수는 이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진·영상을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행위, 이태원 현장을 방문했던 이들이나 심지어 돌아가신 분들을 향한 비난이나 혐오 표현은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유발할 뿐 아니라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중단하고 자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 언론 등 미디어를 통해 강조되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옆 골목과 세계음식거리 내리막길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해 현재까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아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기원합니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1)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합니다.

2) 혐오 표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합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3)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건강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전문가의 사회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국가의 재난정신건강지원시스템이 마련되는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오강섭(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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