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키다 숨진 50세 엄마 간호사, ‘의사자’ 되다
보건복지부, 28일 의사자로 최종 결정
화재 현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피시키다 숨진 고 현은경(50) 간호사가 '의사자'로 지정됐다.
현 간호사는 지난 8월 경기도 이천시의 4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투석 중이던 환자의 대피를 돕다가 유독가스와 연기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고인은 자신만 생각했으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2022년 제5차 의사상자 심사위원회'를 열어 현은경 간호사를 의사자로 최종 결정했다. 의사자, 의상자는 자신의 직무가 아닌 데도 위해에 처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다.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다. 사망한 구조자는 의사자, 부상자는 의상자로 구분한다.
현 간호사는 지난 8월 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4층짜리 건물의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불이 나 유독가스와 짙은 연기가 발생할 당시 4층의 신장투석 전문병원에서 근무 중이었다. 매캐한 연기는 곧바로 30여 명의 환자가 투석 중이던 병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의료진은 환자의 팔목과 연결된 투석기의 관을 일일이 가위로 자른 후 환자들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현 간호사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찬 상황에서도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유독가스에 질식하고 말았다. 고인은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오직 환자 생각만 했다. 투석실로 유독가스가 쏟아져 들어와도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어 내느라 바빴다. 당시 환자 4명과 현 간호사 등 5명이 숨졌다.
고인은 20여 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며 남매를 키웠다. 딸 장지현(25)씨는 “어머니는 간호사 업무와 저희 뒷바라지로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는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도왔다”며 ”간호사의 사명감에 대해 얘기하시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은경 간호사의 유족에게 의사자 증서를 전달하고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등 의사자에 대한 예우를 다할 예정이다. 의사자는 국립묘지에 안장·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