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우리 딸, 100명 장애 환자에게 희망 주고 떠나다
고 이진주씨, 장애 환자에게 자신의 몸 조직 기증
“열 살 때부터 동생을 보살피며 스스로 밥을 해 먹던 딸이었는데...”
아버지는 “우리 딸을 늘 고생시켜 아빠로서 미안했다”며 “직업이 지방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었기에 애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끝내 눈물을 쏟았다.
고 이진주 씨(29)가 인체조직 기증을 통해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날, 아버지 이윤식씨는 “우리 딸, 스스로 잘 커 줘서 항상 고맙고 미안했는데...”라며 가슴을 쳤다. 아버지는 “딸 진주가 여섯 살, 아들이 세 살 때 엄마와 헤어지고 혼자서 애들을 돌봐야 했다”고 울먹였다.
이진주 씨는 지난 9월 13일 지인들과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져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뇌사 추정상태가 됐다. 뇌사 판정은 뇌사판정위원회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전문의사인 위원 2명 이상과 의료인이 아닌 위원 1명 이상을 포함한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뇌사판정을 한다.
뇌사판정위원은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공무원, 교원, 종교인, 기타 학식과 사회적 덕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뇌사 판정은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결정을 못한다.
이진주 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회복이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힘들어했지만,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돕던 고인의 착한 심성을 생각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점차 안 좋아지는 몸 상태를 보면서 이대로 진주를 떠나 보낼 수 없었어요. 마지막 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따뜻한 사랑을 나눈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으니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같아요.”
강릉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고인은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주던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사고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왜 그토록 착한 사람이 이렇게 일찍 떠나야 하나... 너무 속상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15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이진주씨가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자신의 몸 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이 기증한 인체조직은 조직 손상으로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문인성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아픈 이들을 위한 기증을 결심해 주신 이진주 님의 가족과 기증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그 숭고한 결정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