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 비만?…BMI의 허점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근육질의 남성
근육질의 남성도 BMI로는 비만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체질량지수(BMI)는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기초 지표로 대부분의 검진에서 활용된다. BMI는 체중(㎏)을 키(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키가 172㎝이고, 체중이 68㎏인 사람의 BMI는 68÷(1.72×1.72)=22.99가 된다.

서양에서는 18.5∼24.9면 정상, 25∼29.9는 과체중, 30∼34.9는 비만, 35∼39.9는 고도비만, 40 이상은 초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BMI가 20 미만일 때를 저체중, 20~24일 때를 정상 체중, 25~30일 때를 경도 비만, 30 이상인 경우에는 비만으로 본다.

이런 BMI는 지방 분포의 차이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즉, 복부 지방이 건강에 주는 위험이 더 큰데도 복부 지방이 쌓인 사람이 체중과 키가 같으면서 엉덩이에 지방이 쌓인 사람과 BMI가 같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육질의 강력한 몸매를 자랑하는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들도 BMI만 놓고 보면 전부 ‘비만’ 판정을 받는다. 유명한 프로레슬러 겸 배우인 드웨인 존슨은 BMI가 30을 넘고, 액션 스타인 빈 디젤도 BMI가 30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예외는 아니다. 1980 년대 체력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슈워제네거의 BMI는 33을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유명 인사의 사례가 체중을 키로 단순히 나눠서 계산된 이런 측정법을 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BMI는 1830년대 벨기에 수학자가 고안했다. 의사들은 거의 두 세기 동안 이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BMI의 결함은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근육질의 럭비 선수와 배에 타이어를 두른 듯 복부 지방이 있는 일반인도 키와 체중이 비슷하면 BMI가 같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BMI는 건강이 아니라 크기의 척도”라며 “비만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생기는 건강 장애 여부에 기초해하는 의학적 진단이어야 한다"면서 "단순한 측정 방법으로 비만 여부를 진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BMI를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HR·waist-to-hip ratio)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WHR은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수치로 여성은 0.85, 남성은 0.9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간주한다.

이와 관련해 건강 체중 측정 방법을 BMI에서 WHR로 바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아일랜드 코크대병원 연구팀이 백인 남녀 2만 5297명과 같은 숫자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WHR 수치가 가장 낮은 사람이 사망률도 가장 낮고, WHR 수치가 올라갈수록 사망률도 그에 비례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WHR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에 BMI는 아주 높거나 아주 낮으면 사망률이 올라갔다. WHR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의 연관성이 BMI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WHR은 심장병, 당뇨병 등 여러 질병 위험을 높이는 내장 지방을 포함한 복부 지방을 BMI보다 잘 나타낸다.

BMI의 부정확성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국 보건부(NHS)도 근육 대 지방 문제를 포함한 BMI의 결점을 지적한다. 또한 아기가 자궁에서 성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체중이 증가하는 임신부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BMI는 인종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남아시아 사람들은 BMI가 23 정도로 정상 체중인 경우에 제2형 당뇨병의 유전적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BMI가 일반 인구의 체중과 건강에 가장 유용한 지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WHR을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BMI가 불안전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적당한 체중 감량으로 허리-엉덩이둘레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WHR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BMI와 WHR을 모두 고려해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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