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끼고 샤워하다 '실명'에 '안구 적출'까지...
콘택트렌즈와 수돗물 접촉의 위험성 경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샤워를 한 여성이 실명에 이르렀다. 54세 영국 여성인 마리 메이슨은 현재 눈알을 제거하는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상태다.
마리가 콘택트렌즈를 끼고 샤워를 한 건 지난 2015년이다. 샤워 과정에서 수돗물에 사는 아메바가 왼쪽 눈 각막과 렌즈 사이로 들어갔다. 마리는 눈에서 지속적인 이물감을 느꼈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이후 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시력 검사를 위해 안경원을 방문했다. 안경사는 마리에게 안과에 방문할 것을 재촉했고, 안과에 간 마리는 눈 속에 각막염을 일으키는 가시아메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가시아메바는 영구적인 시력 손상 혹은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다. 마리는 30일 착용 가능한 콘택트렌즈를 사용 중이었는데, 평소 이를 종일 착용하며 생활했다. 샤워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과정에서 수돗물이 눈으로 흘러들어 아메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메바가 점점 증식하면서 감염 증상은 나날이 심해졌고, 시력 역시 점점 떨어졌다. 이후 5년간 여러 약물 치료를 진행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세 번의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이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마리는 하던 일도 그만둬야 했다.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며 30분마다 안약을 넣어야 했으며, 주 2~3회 이상 병원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궁극적으로는 눈알을 제거하는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재 왼쪽 눈에는 의안(인공 눈알)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마리는 샤워 시 렌즈 착용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수돗물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에 렌즈를 착용한 눈에 들어갔을 때의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 마리는 렌즈 제조업체들이 수돗물 접촉의 위험성을 포장지 등에 적극적으로 표기해주길 요청했다.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마리는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를 통해 현재는 정상적인 삶을 상당 부분 되찾은 상태라고 밝혔다. 교회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으며, 남편인 조나단과 함께 일하며 행정 보조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길을 걷는 것처럼 평범한 일을 할 때도 한쪽 눈이 없다는 사실이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누군가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워 부딪히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일상을 전혀 되찾지 못한 부분도 있다. 바로 운전이다. 마리는 운전을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하는 샤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수영장이나 바다 등에서 물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콘택트렌즈 착용자 1만 명당 1명 정도는 아메바에 감염되는데, 물이 닿으면 감염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놀이 시 렌즈 착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렌즈를 세척할 땐 수돗물이 아닌 렌즈 전용 세척액으로 헹궈야 하며, 권장 착용 시간은 8시간 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