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안 좋으면 치매도 위험하다?
국내 연구진, 동일 유전자 관여 여부 확인...만성질환 치료법 활용 기대
알츠하이머 치매 유발 원인은 의학계의 화두 중 하나다. 치매는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국내 연구진이 치매 유발 유전자가 심장질환과 연관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가천대길병원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 조성범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백효정 선임연구원은 'ADIPOQ'(아디포큐)라는 유전자가 알츠하이머 치매와 심장질환 발병에 관련이 깊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심장질환 환자들에게서 다양한 중복이환(comorbidity, 하나의 질병이 발생할 때 특정 질병이 같이 발생하는 경향) 소견이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근(심장 근육) 기능의 이상을 보이는 심장질환자군의 치매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관찰 보고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질환의 연관성에 개입하는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을 추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100만 명 이상의 진단·처방 자료와 수백만 명 규모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병원 진료 자료를 분석했다. 여기에 질병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기존 연구에서 생산된 50명의 알츠하이머 환자의 전유전체(Whole genome) 서열 분석 자료를 대입했다. 그 결과 ADIPOQ 유전자에서 심장 기능 이상과 치매 질환에 연관 있는 부위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쥐의 심장 세포에 ADIPOQ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른 심장기능 이상 유전자의 발현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UK(영국)바이오뱅크가 제공한 50만 명의 자료에선 ADIPOQ 유전자 변이가 심장 근육의 비후(조직이나 기관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크고 두툼해진 상태)뿐 아니라 치매 증상과 밀접한 인지 기능 이상에도 동시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분석해냈다.
조 교수는 "특정 유전자가 이 두 가지 질환의 발병률 증가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통해 다수의 질환 발현에 동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다면발현'(하나의 유전자가 다수의 표현형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복이환은 당뇨와 고혈압과 같이 만성질환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만성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법이나 약물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지난 16일 SCI급 국제 저널인 '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포스트게놈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 가천의대, KISTI,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연구로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