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독약이 될 수 있다 (연구)
실패 두려움이 창의적 생산성 낮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로 칭찬과 인정을 받은 생산자들은 때로 다음 작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 작가 하퍼 리가 완벽한 예. 그는 1960년에 출판한 첫 소설 <앵무새 죽이기>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대중적 인기는 물론 퓰리처상까지 받은 것. 하지만 하퍼 리는 그 후 55년 동안 다음 소설을 내지 못했다. 2015년에야 나온 두 번째 책 <파수꾼>은 작가의 명성 때문에 많이 팔리긴 했으나 새로 쓴 소설이 아니라 <앵무새 죽이기>의 초고로 여겨진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WUSTL),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등 연구진은 처음 발표한 작업의 성공이 생산자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위해 영국에서 요리책을 출간한 저자 224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들 중 50%가 두 번째 책을 펴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첫 번째 책이 새롭다고 호평을 받은 이들일수록 두 번째 책을 낼 확률이 낮았다는 것.
연구진은 경영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진행했다. 학생들은 요리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과제를 받았다. 과제에 대해 학생들의 반은 매우 독창적이고 참신하다는 평가를, 나머지 반은 견실하고 전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창적이라는 평에는 '요리계를 뒤흔들' 아이디어라는 수식도 붙어 있었다.
학생들은 다시 두 번째 요리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런데 첫 번째 아이디어에 대해 독창적이라고 호평을 받은 학생들은 후속 아이디어를 내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훨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마르쿠스 베어 교수에 따르면,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이는 스스로를 '창의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귀하고 특별한 이 정체성을 보호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리고 실패, 즉 전만 못한 것을 내놓는 끔찍한 결과를 막는 방법 중 하나는 아예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평판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예 두 번째 작업에 손을 대지 못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성공과 실패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성공은 오로지 실력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성공에는 운이 큰 역할을 한다. 또 사람은 성공만큼이나 실패로부터도 배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A recipe for success? Sustaining creativity among first-time creative producers.)는 ≪응용 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이 싣고,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