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만 되면 '쌕쌕'...천식 심해지는 이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영향
직장인 A씨(32)는 한밤중 갑자기 잠을 깼다. 평소 앓던 천식 증상이 심해져 호흡이 불편해진 탓이다. A씨는 생리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이런 증상을 겪는다.
A씨처럼 생리 때가 되면 기침이 많이 나거나 호흡이 거칠어지는 등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 여성들이 있다.
지난 연구들에 따르면 천식이 있는 여성의 10~40%가 생리 전이나 도중 천식 증상이 악화되는 경험을 한다. 일부 여성들은 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이는 성 호르몬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춘기 전에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천식 유병률 및 입원 위험률이 높다. 이는 폐의 부피에 비해 기도가 불균형적으로 좁은 남자 아이들의 구조적 특성 때문일 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여성의 천식 유병률이 남성을 앞지르게 된다. 남녀 사이에 확연한 성 호르몬 차이가 발생하는 시기다. 여자 아이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고 남자 아이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는 성년으로의 전환기다.
미국 메이오 클리닉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염증을 감소시켜 천식에 대한 보호 효과를 일으킨다. 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염증을 증가시켜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은 기도에 있는 '섬모(가는 털)'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섬모는 숨을 들이마실 때 들어오는 불필요한 잔해들을 폐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프로게스테론이 섬모를 망가뜨려 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 잔해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염증 반응이 촉진될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연구에서 실질적으로 월경 주기 동안 일어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수치 변화가 천식 증상의 변화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보통 생리 시작 일주일 전 천식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구강 피임법과 같은 호르몬 분비량 조절법이 천식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증상 개선 결과를 보이지 않은 연구결과들도 있어 보다 세심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 호르몬 분비량, 천식 종류, 면역체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