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임약 “사전=전문약, 사후=일반약” 등식 깨지나?

제약사, FDA에 "사전 피임약,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 신청

여성들이 먹는 사전 피임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전 피임약(알약)을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슈퍼마켓·마트 등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일반약, OTC)으로 바꿔 달라는 한 제약회사의 신청서가 미국 보건당국에 최근 접수됐다. 사전 피임약은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전문 의약품(전문약)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프랑스 제약회사인 HRA 파마(Pharma)는 11일(현지 시각) 사전 피임약(알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달라는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다른 제약회사 케이던스 헬스(Cadence Health)도 이같은 신청서를 내년에 제출하기 위해 FDA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HRA 파마 측은 일반 의약품 신청에 통상 걸리는 대기 기간(약 10개월) 이내에 FDA가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전 피임약은 전문 의약품으로, 사후 의약품은 일반 의약품으로 관리해 온 미국의 약무정책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이런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전 피임약은 일반 의약품으로, 사후 피임약은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FDA는 사전 피임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은 혈전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사후 피임약을 일반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콘돔이 파열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의 응급 상황에 긴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응급 피임약’으로 보고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960년대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사전 피임약을 오랜 기간에 걸쳐 일반 의약품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보건 당국은 또 사후 피임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작용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구 피임약(먹는 피임약)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하고 있으며, 배란을 조절해 피임하는 약이다. 여기에는 사전 피임약과 사후 피임약이 포함된다. 사전 피임약은 성관계를 갖기 전에 복용하는 알약이며,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를 가진 뒤 72시간 안에 복용하는 알약이다. 사후 피임약은 배란, 난자의 수정, 수정된 난자의 자궁 내 착상 등을 막아준다.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한다. 또한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 후 경과 시간에 따라 피임 효과가 많이 다르다.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에는 약 95%의 피임 효과를 내지만 48시간 이내에는 약 85%의 효과를, 72시간 이내에는 약 58%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임신 중절약은 임신한지 10주 이내에 태아를 낙태할 때 쓰는 약이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여성들의 피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1973년)을 뒤집고 낙태권을 공식 폐기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자국 내 전역에서 낙태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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