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자해를 할까?
자해가 스트레스를 풀어 반복 성향..경청과 이해가 중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쾌락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자해는 쾌락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자해를 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자해로 풀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자해에 관한 연구는 어렵다. 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개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난 상황에서 자해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몇 번이나 자해했는지를 물어야 하는데 당사자들의 기억이 왜곡되기 쉽다. 최근 연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자해 충동을 몇 번이나 느꼈는지, 자해했다면 그 전후의 기분은 어땠는지 간단한 설문을 해서 대상자의 상황을 파악한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38개를 모아서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 164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해하거나 자살에 대해 생각하기 직전에 스트레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 행위를 하면 그런 스트레스가 즉각 낮아졌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자해는 성인보다 청소년에게 더 두드러진다. 2018년 호주 연구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의 17%가 자해 경험이 있었다. 어른들이 보기엔 경악할 일이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 자해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자해의 예방은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풀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른이든 동년배 친구든 자신과 연결된 누군가 있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연구진은 "십 대 아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 소속감을 느껴 자신이 보호 또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자해를 막는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확인(이해)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연구진은 그저 무신경하게 스마트폰을 흘깃거리며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눈을 맞추며 △중간중간 아이의 말을 요약("그러니까 이렇다는 거지?")하여 실제로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진정성 있게 동조("나라도 그런 상황이면 무서웠겠다")하고 △행간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 연구(A meta-analysis on the affect regulation function of real-time self-injurious thoughts and behaviours)는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