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자 중 우울증으로 진단된 경우는 216명(4.64%)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를 알아보고 트라우마와 성인 이후 우울증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트라우마 유형은 ▲심리적 외상(59명) ▲정서적 방치(59명) ▲신체적 외상(54명) ▲왕따(51명) ▲성폭력(23명) 등이었다.
성인 이후 발병한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트라우마 유형은 왕따였다. 연구팀은 다른 청소년이나 청소년 집단으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받은 경우를 왕따로 정의했다. 왕따를 겪은 사람이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4배였다. 이번 연구에서 신체적 외상이나 정서적 방치, 심리적 외상, 성폭력 등 다른 형태 폭력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우울증 발병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의 인과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트라우마 종류가 여러 개일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다른 폭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트라우마 종류가 5개 이상이라고 말한 응답자의 경우 우울증 위험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사람의 26배였다.
전홍진 교수는 “어릴 적 왕따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고 심하면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왕따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동료나 윗사람과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쉽게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연구팀은 왕따와 같은 집단 괴롭힘이 확인되는 즉시 필요한 조처를 하고, 다른 트라우마가 동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피해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도움을 받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sychiatry)》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