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환자의 염증반응, 우울·불안장애 악화시킨다
뇌손상으로 발생하는 '뇌전증'의 대표적인 동반질환은 정신증상이다. 뇌전증 환자의 체내 염증 수치가 변화하면,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전증은 외상, 뇌졸중 등의 뇌손상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뇌전증 환자 5명 중 1명은 정신증상을 앓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박경일·주건 교수, 단국대병원 신혜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뇌전증 환자 134명을 대상으로 체내 염증반응과 정신증상의 연관성을 살폈다.
뇌전증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우울증·불안장애 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정신증상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뇌전증 및 발작 증상이 체내 염증반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 염증반응이 뇌전증 환자의 정신증상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뇌전증 입원 환자 134명의 사이토카인(IL-1β, IL-2, IL-6, IFN-γ, CCL2, CCL5) 수치를 측정하는 비디오뇌파검사를 했다. 해당 사이토카인들은 모두 체내 분비량이 늘어날수록 염증 수준을 증가시키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
환자의 정신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병원 불안-우울 척도(HAD), 신경정신행동검사-간편형(NPI-Q), 뇌전증 삶의 질 척도(QOLIE-31) 등 세 가지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CCL2 사이토카인 수치가 높은 환자는 우울 점수가 높았고, CCL5 사이토카인 수치가 낮은 환자는 불안 점수가 더 높았다.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반대로 억제되면 뇌전증 환자의 정신증상이 발현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체내 염증반응 변화가 뇌전증 환자의 정신증상 발생에 관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건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정신증상은 뇌전증 치료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이번 연구는 뇌전증과 정신증상이 체내 염증반응이라는 공통된 메커니즘을 공유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새로운 뇌전증 치료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