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잦은 낮잠, 알츠하이머병 징후일 수도 (연구)
더 오랜 시간, 더 자주 낮잠을 자는 것은 인지력 저하와 잠재적 연관성이 있다. 미국 러시대 의료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둘의 관계는 쌍방향으로 일어나는 듯 보인다. 더 길고 잦은 낮잠은 1년 후 인지 악화와 관련이 있고, 나빠진 인지가 1년 후 더 길고 자주 낮잠을 자는 것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변화하는 시각에 추가적 증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공동저자인 러시대 의료센터의 신경학자 아론 부크만은 “우리는 이제 인지력 저하와 관련된 병적 측면이 신체 기능에 다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다중 시스템 장애로서 수면의 어려움, 움직임의 변화, 신체 구성의 변화, 우울증 증상, 행동 변화 등을 아우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러시 기억과 노화 프로젝트 및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도자 연구를 활용해 최대 14년 동안 14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추적했다. 참여자들은 최장 10일간 지속적으로 활동을 기록하는 손목 착용 센서를 착용했고, 1년에 한 번 각종 검사와 인지 검사를 받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사이 참여자의 활동이 없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낮잠으로 간주했다.
연구를 시작한 시점에는 참여자 중 75% 이상이 어떠한 인지 장애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19.5%는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었고 4% 가량은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가지고 있었다. 추적 관찰 중 인지 장애가 없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 낮잠자는 시간이 해마다 약 11분씩 증가했다. 낮잠은 가벼운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후 두 배로 늘었고, 알츠하이머병 치매 진단을 받은 후에는 거의 세 배가 되었다.
연구 초반에 정상 인지를 가졌으나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발병한 참여자들과 연구 기간 중 안정적 인지를 유지한 이들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낮잠을 잔 노인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40%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크만은 이번 연구가 관찰적 연구이기 때문에 낮잠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거나 그 반대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고, 같은 병적 원인이 양쪽 모두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병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등 두 가지 단백질이 뇌에 쌓여 발생한다. 인지 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널러 알려진 증상이지만, 이같은 단백질의 축적은 뇌 뇌간 척수 등 여러 곳에서 발생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낮잠의 빈도와 지속시간의 증가도 이같은 증상 중 하나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병적 원인과 그 위치를 확인하면 잠재적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다”며서 “타우와 베타의 축적을 막을 수 있는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있고, 단백질 축적을 완화하거나 늦추는 잠재적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게재됐다. 원제는 ‘Daytime napping and Alzheimer’s dementia: A potential bidirectional relation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