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이 꼭 살펴야 할 ‘곳’.. 몸의 변화가?
수십 년 동안 ‘요리 연기’에 시달린 학교 급식 노동자가 잇따라 폐암 산재(산업재해) 인정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장기간 요리 연기에 노출된 학교 급식 종사자에 대해 지난해 2월 폐암 발병 원인으로 인정됐다. 지금까지 64명의 산재 신청자 가운데 34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주방 연기가 폐암 원인으로 공식 인정받으면서 중년 주부들의 폐 건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굽거나 튀기는 요리... 주방 미세 먼지는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는 하늘, 거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급식 시설, 음식점 주방, 집 주방에도 도사리고 있다.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나오는 연기에 초미세 먼지(PM2.5)가 섞여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가 지정한 1군(group 1) 발암물질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기름을 고온에서 끓일 때 산화하며 나온 발암성 물질이 연기와 섞인 것에 주목했다. 이 연기에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장기간 노출된 사실을 토대로 산재를 인정했다.
◆ 미세먼지 가득 찬 주방... 환기도 제대로 안 된 곳 많아
보건 당국이 또 주목한 것은 환기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11월 전국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리실 환기장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려 8곳에서 후드(hood·공기배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지만, 환기로 주방의 미세먼지를 제 때에 배출하지 못해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 사실상 국내 최다 암, 폐암... 사망률도 최고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19년)에 따르면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사실상 국내 최다 발생 암이 됐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폐암 환자 수가 가장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전체 암 가운데 사망률도 폐암이 최고라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서 폐암 사망률(2020년)은 인구 10만 명당 36.4명으로 전체 암 사망률 중 가장 높았다. 남녀 모두 폐암 사망률이 최고다. ‘폐암 비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한 해 여성 폐암 신규환자 1만 명 육박... 94.4%가 비흡연자
매년 쏟아지는 여성 폐암 신규환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9년에만 여성 폐암 신규환자가 9629명이었다. 여성 폐암 발병자의 94.4%가 비흡연자라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의 이현우 교수팀이 서울·수도권 거주 583만1039명을 7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여성에 관한 한 ‘폐암=담배’라는 등식이 깨진 것이다.
◆ 장기간 주방연기에 노출된 중년, 노년 여성들의 폐 건강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엔 발암성 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환기조차 미흡하면 폐 관련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집안 미세먼지가 많이 생기는 요리 직후에는 환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볶음·구이 요리를 할 때에는 뚜껑을 덮고 하는 게 좋다. 하루에 최소한 3~4번은 창문을 활짝 열고 집안 공기를 바꿔줘야 한다. 다만 대기오염 성분이 내려앉는 오전 9시 이전이나 저녁 6시 전후는 피하는 게 좋다.
매일 한 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만 54~74세는 현재 국가폐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금은 1만여 원이다. 폐암을 일찍 발견하면 수술이 가능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폐암 고위험군은 2년마다 저선량 흉부CT 검진을 하는 게 좋다. 중년, 노년 주부 등 비흡연자에게도 정부 지원 폐암 검진을 확대하는 게 과제다. 미세먼지의 일상화 등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들도 폐암 위험이 높은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