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편의 목소리를 편들어야 옳은가?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21호 (2022-05-09일자)
'아미자' 조피 숄의 외롭지만 옳았던 삶
요즘 별의 별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1980년대 대학가에도 줄임말이 있었습니다. 주로 불온서적의 줄임말이었는데 ‘아미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의 축약어였습니다.
1921년 오늘(5월 9일)은 ‘아미자’의 주인공인 조피 숄이 태어난 날입니다. 조피는 오빠인 한스와 함께 ‘백장미단’을 조직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전단을 뿌리다 발각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여대생입니다.
남매는 한때 아버지의 반대도 아랑곳않고 히틀러 유겐트(청소년단)에 가입해서 ‘위대한 독일’을 찬양했지만, 얼마 뒤 이성의 목소리에 따라 탈퇴합니다. 조피는 울름 대성당 주교인 그라프 폰 갈렌 신부의 설교를 듣고 정신을 차렸는데, 나중에 오빠의 반나치 활동을 알고 합류합니다. 남매를 포함한 뮌헨대 학생들은 기독교 뿐아니라 노자,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의 사상을 함께 공부하고 이성의 목소리를 찾아 토론합니다.
이들은 1942년 봄부터 나치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전단을 만들어 뿌리다가 이듬해 2월 뮌헨대 건물 경비원에게 붙잡혀 게슈타포에 넘겨집니다. 남매는 함께 체포된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와 함께 사흘 만에 사형을 선고받았고 4시간 만에 곧바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조피는 단두대 앞에서 감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고 합니다. “자유여, 영원하라!”
전쟁이 끝나고 남매의 누나 잉에가 기억을 더듬어 책을 펴냈고 1947년 독일은 이 책을 13~18세 청소년에게 의무적으로 읽게 했습니다. 독일과 영어권, 일본 등에서는 제목이 《하얀 장미》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미자’로 출간됐습니다. 조피가 면회 온 어머니에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들의 주장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 독일에서는 어땠을까요? 철학과 사유의 나라라고 여겨지고 있는 독일에서도 당시 국민은 대부분 ‘위대한 독일’과 ‘경제적 번영,’ ‘인류사의 발전’ 등 구호에 미쳐서 히틀러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이에 의문을 표시하면 배신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말마따나 스스로 자유로부터 도피해서 시대의 만행에 동조했습니다. 지금 러시아 국민이 그러는 것처럼 말입니다.
집단이 전체적으로 광기를 띨 때, 이성보다는 피아의 논리로 움직일 때, 이를 바로잡는 것은 이성(理性)의 목소리일 겁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이성의 목소리는 집단에 의해 매도당하고 억압당해왔습니다. 그래서 한스와 조피 숄 남매의 용기에는 외로움이 서려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이성의 목소리보다는 ‘우리 편’의 목소리만 들으려고 하지 않나요? 정치권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추종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겁니다. 이것을 벗어나는 실마리는 인문학에서 우러나오는 이성일 것인데,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으니….
내일 혼란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오랜 동안 만들어진 극단적 대립 구도 속에서 닻을 올립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새 정권은 피아의 논리가 아니라 이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특히 내부의 비판을 경청해달라고 제안합니다. 정치권에 기대할 수가 없다면, 우리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어떤 목소리를 내기 전에 그것이 진영논리에 바탕한 것인지, 아니면 이성적 사고에서 나온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 내가 듣기 싫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성적 사유는 무엇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읽고 생각하는 것에서 싹 틀 것이고요. 정치나 언론은 국민의 거울이라는데, 우리 하나하나가 이성의 모습을 찾으면 정치권도 바뀌지 않을까요, 그 변화가 다시 우리를 바꾸고요, 이것은 이뤄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할까요?
교촌허니레이디스 오픈 퀸 조아연의 골프 스트레칭
어제 ‘핑크 공주’ 조아연이 충북 충주 킹스데일CC에서 열린 KLPGA 교촌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 조 선수는 최근 대한골프의학연구회, 코메디닷컴이 ‘올바른 골프 스트레칭’을 알리는 동영상의 모델로 ‘재능기부’를 했고, 마침 저희가 동영상을 알리는 작업을 본격 전개하려는 찰나에 우승을 한 것입니다. 연구회에 따르면 지금 대부분의 골퍼들이 라운딩 전에 하고 있는 스트레칭은 오히려 부상 위험을 높이고 비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KLPGA 아이언 퀸, 조아연과 함께 건강에 좋고 거리도 늘릴 수 있는 스트레칭 배워볼까요?
오늘의 음악
1567년 오늘은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가 태어난 날입니다. 몬테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식' 중 '오, 당신을 보고'를 프랑스의 카운터테너 필립 야루스키와 호주 출신의 미국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의 목소리로 준비했습니다. 1949년 오늘 태어난 빌리 조엘의 ‘You May Be Right’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