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행위,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반면, 극단적으로 카메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사진 찍기 문화가 형성된 탓이다. 예전에는 여행지 랜드마크 앞이나 기념일 찍는 사진이 전부였다면 요즘은 일상생활 언제든 사진 찍기가 가능하다. 과거엔 없던 셀피(셀프카메라) 문화도 생겼다. 본인 얼굴을 스스로 찍어 SNS에 올리는 새로운 사진촬영 문화는 상대적 박탈감과 겉보기를 중시하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진 찍기는 여전히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불꽃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을 직접 두 눈에 담기보단 스마트기기의 작은 스크린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불꽃 터지는 순간을 지켜보지 않고 사진 찍기에 치중하는 태도는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격과 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이처럼 사진을 찍는 행위는 오히려 '경험에 대한 즐거움'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란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시티버스 투어, 농산물 직판장에서의 저녁식사, 박물관 관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실험참가자 절반에게는 사진을 찍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했다.
그 다음, 실험참가자들이 얼마나 즐거움을 느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상황에 푹 빠져들었고, 이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 역시 컸다.
박물관 실험참가자들에게는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눈동자 움직임 추적 결과, 사진을 찍은 실험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실험참가자들보다 전시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진중하게 감상하는 태도를 보였다.
두 번째 실험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찍기 활동이 스크린 앞에 앉아 간접경험을 할 때도 즐거움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실험참가자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런던 풍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실험참가자 중 절반은 마우스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고, 나머지 절반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 결과, 사진 찍는 즐거움은 실험실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단 사진 찍기 효과가 부정적인 경험이 될 때도 있었다. 가령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사파리여행에서 동물들끼리 유혈이 난무한 싸움을 한다거나 누군가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을 포착할 때처럼 불쾌한 순간 그렇다. 또 공예처럼 손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도 사진 찍기는 경험의 즐거움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귀찮고 번거로운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풍경 감상하기처럼 좀 더 수동적인 상황일 때 사진 찍기가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관광지에서 사진 찍기에 몰두하는 사람을 수준 낮은 여행객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란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