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권, 러시아 내 '의약품 품귀 현상' 자초
러시아 병력이 떠난 우크라이나 지역 곳곳에는 민간인의 피해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푸틴 정권의 이 같은 잔혹성은 자국민들에게도 고통을 안기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몸이 아파도 약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 내 의약품 비축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 AP통신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아버지를 위해 혈액 희석제를 구하고 있는 한 러시아 여성은 모스크바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도 해당 약을 구하지 못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국민들의 의약품 사재기와 항공 수송 중단으로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러시아 의료전문가들은 고품질 의약품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동이 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피로고프 의과대학의 알렉세이 엘릭 교수는 AP통신을 통해 "의약품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얼마나 더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약국에서 특정 약을 찾기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방의 전면적인 제재로 점점 고립돼가는 상황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의약품 사재기가 심화되면서 정작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때 약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환자보호단체는 러시아 내 국영 약국들에서 주요 의약품 10가지의 재고를 직접 체크했고, 실질적으로 약품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족한 의약품들이 언제 입고될지도 불확실한 상황.
러시아의 가장 큰 의료종사자 온라인 커뮤니티(Vrachi.Rf)에서 의사 3000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부족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는데, 항염증약, 위장약, 항간염제, 항경련제 등 80개 이상의 의약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이 부족해질수록 사재기는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제약산업 분석회사인 RNC 파마에 따르면 어떤 약들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물량이 한 달 내에 동이 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이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맥도널드, 코카콜라, 이케아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것처럼 의약품을 철수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외국 기업들이 언제든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현재 러시아에 공급되는 의약품의 약 4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