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기, 성장 발달 속도 앞당기려면
생후 3개월이 된 아기가 사물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건드리는 행동을 하면 1년 후 성장발달 속도가 향상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고 걷는 움직임부터 어휘력처럼 분야가 전혀 다른 부분까지 발달시기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주변에 놓인 사물에 접근해 감촉을 느껴보고 눈으로 관찰하며 호기심을 나타내는 아기들은 부모가 하는 행동도 보다 관심 있게 지켜본다. 하나의 행동이 보다 폭넓은 분야의 발달을 유도하는 것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발달 캐스케이드’라고 부른다. 이는 발달 과정이 일련의 단계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발달과학(Developmental Science)저널’에 이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시튼홀대학교, 밴더빌트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아기들을 대상으로 캐스케이드 이론의 실질적 사례를 확인했다.
생후 3개월 된 아기와 엄마 14쌍을 모집해 아기들이 손을 뻗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물건을 두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는 아기가 물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훈련을 2주간 매일 10분씩 시키도록 요청했다. 실험에 참여한 아기들은 벙어리장갑이 달린 형태의 벨크로(꺼끌꺼끌한 천과 부드러운 천이 서로 붙어 여며지도록 만든 옷)를 입고 있었다. 또 장난감 역시 벨크로로 감싸 아기가 손을 뻗으면 장난감이 쉽게 달라붙도록 접근의 용이성을 높였다.
그리고 또 다른 생후 3개월 된 아기와 엄마 11쌍도 대조군으로 이번 실험에 참여했다. 대조군 아기들은 스스로 장난감에 접근하지 않았고, 엄마들이 장난감을 집어 아기 손에 올려주는 방식으로 장난감과 접촉했다.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는 두 그룹에 속한 아기들이 전부 물체를 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움직임 능력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목적이었다.
이 같은 실험이 진행된 뒤 1년이 지난 뒤 연구팀은 생후 15개월이 된 아기와 엄마들을 다시 연구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기들에게 ‘구슬 미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이 장난감은 금속으로 된 단단한 선에 나무 조각들이 구슬처럼 끼워져 있는데 아기들이 이 조각들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노는 놀이수단이다.
실험 결과, 앞서 벨크로를 입고 스스로 물건에 접근토록 하는 훈련을 받는 아기들이 대조군 아기들에 비해 좀 더 조숙한 움직임을 보였고, 집중력 역시 높았다. 장난감을 응시하는 시간이 길었고 이를 만지거나 굴리며 집중하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비록 이번 연구의 규모는 작았지만 아기의 초기 활동이 향후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나름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도출됐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또 조산아로 태어났거나 자폐증이 있는 아이처럼 발달 지연 가능성이 있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연구가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