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기 쇼크 덜어줄 ‘액체 전선’ 동물실험 성공"
심장의 전기신호 오작동으로 촉발되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다. 이를 막기 위해 심장에 이식한 심장박동기가 작동할 때 충격을 줄여 주기 위해 개발한 ‘액체전선’이 1단계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화학회(ACS)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T오스틴)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이언스》가 25일 보도한 내용이다.
심장상단에 위치한 ‘페이스메이커’ 세포는 심장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들 세포는 심장 근육을 통해 아래로 이동하는 가벼운 전기 펄스를 만들어 낸다. 이것은 심장의 4개 방에 ‘두근두근’ 2박자의 맥박을 뛰게 한다. 심장마비나 다른 부상으로 심장 근육에 흉터가 생기면 필요한 전기 신호가 효율적으로 전파되는 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거나 너무 느리게 뛰게 하는 부정맥이 발생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한다.
이런 경우엔 약물치료나 절제치료를 통해 일부 페이스메이커 세포를 억제하거나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치료법이 소용이 없을 경우엔 자동 심장박동기를 이식해야 한다. 부정맥을 감지하면 강력한 전기 펄스를 심장 상단으로 보내 근육을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작은 전기충격기다. 여기엔 부작용이 뒤따른다. UT오스틴의 엘리자베스 코스그리프-헤르난데스 교수(의공학)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아플 수 있고, 놀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만성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심장병 전문의들은 심장의 윗부분뿐 아니라 아랫부분에서도 부드럽고 통증이 덜할 수 있는 전극을 사용하길 원한다. 한 가지 방법은 심장 바깥쪽에 있는 관상정맥에 얇은 금속 전극을 꿰어 심장 중앙부에서 심장 아랫부분에 있는 좌심실과 우심실에 자극을 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관상정맥이 너무 좁거나 부분적 폐색이 있는 환자에겐 이 방법을 쓸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코스그리프-헤르난데스 교수와 동료들은 관상정맥의 길이만큼 길게 주입 가능한 젤 상태의 액체전선을 구상했다. 이 젤은 주입되고 난 뒤 빠르게 굳으면서 전도성이 높고 유연한 플라스틱 상태가 된다. 심장을 통해 돌아오는 혈액은 다른 정맥을 통해 흐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두 가지 성분의 젤을 만들었다. ‘폴리’(에테르 우레탄 디아크릴아미드) 또는 ‘페우담(PEUDAm)’이라고 불리는 젤과 ‘N-아크릴로일 글리신아미드’라 불리는 젤이다. 이 둘은 분리된 상태에선 액체 상태이지만 섞이게 되면 플라스틱 상태의 고분자화합물을 형성한다.
연구원들은 아주 얇은 도관으로 둘을 분리해 돼지 심장 윗부분에 있는 관상정맥에 삽입한 뒤 도관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두 액체가 정맥 안에서 만나면 몇 분 안에 반응해 유연한 전선처럼 굳어진다. 돼지 심장에서 테스트한 결과 이 액체전선은 안정적이고 전도성이 있으며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돼지의 심장조직에 심장근육에 손상을 입은 사람과 비슷한 상처를 입힌 뒤 액체 전선을 주입해 딱딱하게 만든 뒤 전통적인 배터리 구동식 심장박동기에 연결했다. 그 결과 심장박동기가 큰 충격 없이 거의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유발했다고 텍사스 심장연구소의 심장내과 전문의 메흐디 라지비 박사는 밝혔다.
연구를 검토한 하버드대의 우샤 테드로 교수(심장전기생리학)는 이 연구 결과가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해지면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그리프-헤르난데스 교수는 이 유연한 액체전선을 사람의 심장에 삽입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실제 심장병이 있는 동물 모델에서 먼저 시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 테드로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해당 실험이 성공한다면 의공학 연구자와 환자들에게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장질환이나 다른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소식인 것 같습니다. 정맥이 좁으신 분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기술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더 발전해 심장박동기를 이용하고 계신 분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