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데… ‘플라스틱 불임’ 어쩌나?
‘플라스틱 불임’이라는 말을 아는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특정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플라스틱 불임’은 플라스틱 제품이 여성의 임신과 남성의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 데서 나온 말이다. 무심코 쓰게 되는 플라스틱, 생활에 유용하지만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이런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해 임신부들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서 임신부 10명 중 9명은 임신기간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보고된다.
임신부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의 원인은 화학물질이 자신과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유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플라스틱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가소제 중에서 널리 알려진 것이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고 투명하며 견고하게 만드는 용도로 활용된다. 식품 포장제부터 향수, 세제, 화장품, 샤워커튼, 자동차 대시보드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첨가된다.
가소제는 우리 몸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호르몬 분비의 균형을 잃게 만든다. 가소제 성분은 화학물질의 체내 축적이 더 잘 이뤄지는 임신부와 여자 어린이에 더 해롭다.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생쥐의 자손은 고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인간에게도 동일한 영향을 미쳐 소년의 생식기에도 선천적 결함을 일으키며, 성인 남성의 생식기능을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플라스틱 제품 구매 시에는 제품 성분과 안전 확인 마크를 확인해 프탈레이트에 대한 노출을 줄이도록 한다. 뜨거운 음식을 보관할 때는 PC나 PVC 소재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삼가고, 열에 자주 노출되는 국자, 도마, 주걱 등의 조리기구 또한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을 피하도록 한다.
내분비계장애물질, 비스페놀A 소량도 조심해야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비스페놀A.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일종으로, 잠재적 신경·행동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의 건강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기간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태아는 신경계·귀·신장·심장·수족·면역체계·뼈·폐·생식기에 악영향을 받는다.
태아부터 사춘기까지는 생식기관과 호르몬·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환경호르몬에 더 취약하다. 소량이더라도 임신부가 비스페놀A(BPA)에 매일 노출되면 태아 기형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식품용기나 아기 장난감 등의 일부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영수증, 순번대기표, 은행자동입출금기 거래명세표 등에서 검출될 수 있다. 특히 비스페놀A는 PC/PVC 재질 음식용기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자제하고 되도록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영수증을 만질 경우 비스페놀A가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 가급적 영수증을 만진 후에는 바로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용기 밑에 숫자 확인, 안전한 플라스틱 사용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이 든 플라스틱 용기를 피하려면 용기 밑에 쓰인 숫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용기 밑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재질별로 재활용성을 분류한 기준이 적혀 있다. 삼각 화살표 안에 쓰인 숫자를 보면 된다.
2번(HDPE), 4번(LDPE), 5번(PP)는 식품 용기로 사용하기에 안전한 플라스틱 소재다.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3번(PVC), 6번(PS), 7번(PC)는 내열성이 낮아 고온에서 녹을 수 있는 소재로 전자레인지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이들 번호가 적힌 소재의 용기는 잘못 사용할 경우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다.
7번에는 보통 비스페놀A가 들어있지만, 7번이라도 트라이탄, 비스프리 등 비스페놀A가 들어있지 않다는 표기가 된 소재를 찾아 쓰는 것이 좋다. 3번 PVC소재의 랩 제품을 사용할 때, 100도 이하의 음식에만 사용하고 지방, 알코올 성분이 많은 식품에는 접촉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이러한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의 노출을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 임신부에게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되도록 피하고 용법을 잘 지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