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팬데믹 재현되나? 항생제 통하지 않는 미생물막 감염
미생물막은 항생제로부터 미생물을 보호한다 [사진=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우리를 공포에 빠뜨리는 것은 과연 바이러스일까? 세계 공중보건당국은 항생제 내성과 감염이 보이지 않는 큰 위협이라는 데 동의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스태티스타는 2050년경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이 세계적으로 한 해에 1000만 명 이상 발생할 것이며 세계 경제에 100조 달러의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과 중증질환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미생물막 감염으로 제2의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생물막 감염, 도대체 뭘까
 
지난 2년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팬데믹 시즌을 보냈다. 인류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지만, 바이러스 질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면역이 형성돼 감기처럼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은 1년 후에는 상당 부분 치명률이 낮아져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류의 가장 큰 적은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이다.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된 전염병의 역사는 진행중 논문에 따르면, 6세기 로마제국을 강타해 인구의 40%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역병(the plague)1300년대 페스트로 유행해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갔다. 20세기 들어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미생물과의 전쟁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중증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례의 대부분 원인이 미생물막'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생물은 대거 번식하고 군집을 형성한 이후 미끈거리는 막을 형성해 스스로 보호한다. 이를 미생물막이라고 한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12시간 이내에 형성돼 각종 중증 감염과 염증을 일으키며, 악취를 동반하는 위생문제를 유발한다. 


미생물막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매년 항생제 내성 감염이 28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는 3만 5000 이상 발생하고 있다. 미생물막은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항생제를 500배에서 최대 5000배까지 투여해야 한다. 결국 미생물막 감염이 될 경우 항생제를 적용할 수 없고 외과적 처치, 즉 닦아내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방에 생기는 핑크빛 물때도 미생물막의 한 종류다. 이러한 미생물막은 세제를 쓰고 수세미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생기는 미생물막 감염은 대처할 방안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치아 임플란트에 미생물막 감염이 있으면 잇몸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고, 통증이 동반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과 전문의가 소독하고, 긁어내거나 증상이 심하면 잇몸이 녹아 임플란트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신체의 미생물막 감염은 해결책이 매우 고통스럽고 많은 비용을 수반하며, 약으로 처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생물막은 인체에도 곧잘 생긴다. 습기가 있으며 혈액이 공급되는 조직에서는 8~12시간 사이에 형성하고 한 번에 완치되지 않는다.
치아의 치태(플라그) 미생물막이 대표적인 예다.

미생물막이 워낙 빠르게 생성되고 급속도로 번지기에
하루에 양치를 3번을 해도 충치가 생기고 잇몸 염증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한번 미생물막이 생겨 감염이 일어나면 즉시 외과적 처치로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이후 미생물막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청결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 시대 다가올 팬데믹은 미생물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개념 바이오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은 관련 논문을 통해 “미생물막은 중이염, 골수염, 폐렴과 같은 광범한 감염증의 원인이다. 특히 인공삽입물이나 카테터와 같은 의료기구를 체내 삽입한 환자와 면역계 이상 환자는 미생물막을 통한 세균 감염에 따른 합병증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경상대 조주현 교수에 따르면, 이미 형성된 미생물막을 제거하려면 고농도의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데 주변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주며 내성균 출현 위험성이 더 커진다.


당뇨, 항암치료, 심장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 그리고 노약자는 기초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과 이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더욱 크다. 앞으로는 미생물막에 의한 감염이 인류의 가장 큰 숙제가 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생체 임플란트(치아, 심장, 관절, 성형보형물 등) 시장이 전 세계 200조 규모로 성장했다. 미생물막은 생체 임플란트 감염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모든 중증 감염의 80%는 미생물막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상처치료연구소(WCEI)의 의료책임자 매튜 레귤스키는 해외매체 인펙션컨트롤투데이(Infection control today)와의 인터뷰를 통해 “감염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생물막을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 내성이 커지면서 미생물막을 완화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 또한 의료감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미생물막 형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미생물막 감염 관리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