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염색약, 임신기간 호르몬 교란 일으켜” (연구)
머리 염색약이나 직모제를 사용하는 임신부의 임신 지원 호르몬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국제저널 «환경연구»에 발표된 미국 럿거스 공중보건대학원의 조리마르 리베라-누네즈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미국 자치령인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에 사는 1070명 이상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그들의 개인미용제품(Personal care products) 사용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호르몬수치 측정을 위한 혈액샘플을 채취했다.
그 결과 염색약, 표백제, 직모제, 곱슬머리 완화제, 무스 같은 모발미용제품을 사용한 임신부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샴푸, 린스, 헤어스프레이, 헤어젤을 사용한 경우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션, 클렌저, 메이크업, 샴푸, 매니큐어를 포함한 개인 관리 제품은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분비 교란제’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은 신체의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분비학회에 따르면 이런 내분비 교란제는 어디에나 있으며, 음식, 물, 심지어 그들이 숨 쉬는 공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개인미용제품과 관련한 내분비교란제로는 파라벤,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독성금속 등이 꼽힌다.
이전 연구는 임신 호르몬 교란이 태아의 성장장애, 조산, 저체중과 관련 있음을 보여줬다고 리베라-누네즈 교수는 밝혔다. 또 임신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의 내분비 교란제에 노출된 여성이 출산한 아이가 과체중이 되거나 이른 사춘기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개인미용제품은 산모의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의 한 연구는 화학적 직모제를 자주 사용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머리염색도 특히 흑인여성의 경우 유방암 위험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한 연구는 화장이나 피부 관리 제품을 자주 사용한 임신부의 아기의 체구가 작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리베라-누네즈 교수는 “임신 중인 여성이 개인미용제품을 이용할 때는 라벨에 적힌 성분을 꼼꼼히 읽어보고 사용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해당 라벨이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운동그룹의 독성학자인 알렉시스 템킨 박사는 ‘향(fragrance)’이라는 단어를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이 단어는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광범위한 화학 물질을 포함하며, 그 중 일부는 내분비 교란제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