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얕잡아 보다간 큰 코 다친다? (연구)
어린이 습진(일명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우울증을 일으키는 등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영국의 어린이 및 10대 청소년 1만 1000명 이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한 습진이 있는 어린이는 습진이 없는 어린이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이 바탕에 깔린 우울, 불안 관련 행동을 보일 위험도 2배나 됐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캘리포니아대 의대 피부과 카트리나 아부아바라 박사(부교수)는 “가려움증과 피부 발적 등 증상을 보이는 습진은 우울증, 불안 및 건강 상 어려움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간단치 않다. 아부아바라 박사는 “습진의 경과와 심각성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즉 습진은 어린 시절에 흔히 나타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시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가 수그러들기도 하며, 수년에 걸쳐 이런 주기를 보이며 만성이 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10대에 호전되나, 일부는 어른이 돼도 계속 일시적으로 앓는다.
습진은 가족 중에 습진 환자가 있거나 천식, 알레르기 등 관련 질병이 있는 경우 발병할 위험이 더 높다. 습진은 통상 어린이의 최대 20%, 성인의 최대 10%에서 나타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1991년부터 추적관찰한 어린이들의 연간 습진 유병률은 3~18세의 경우 14~19%였다. 이 가운데 22~40%는 중등도 또는 중증 형태의 습진으로 악화됐다. 나머지는 가벼운 습진이었다.
특히 여자 어린이와 상류 계층 출신의 습진 환자가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 및 중등도의 습진으로 아동기에 우울증을 보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4세 정도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습진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도 우울증을 보일 위험이 29~84%나 됐다.
연구팀은 우울증을 앓거나 정서적 혼란을 일으키는 어린이가 성인이 돼도 우울증, 불안 및 전반적인 건강 악화의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습진은 모든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심각한 습진은 어린이들에게도 우울증과 낮은 자존감, 두려움, 걱정 등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습진이 있는 어린이의 부모는 습진은 물론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자녀가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Association of Atopic Dermatitis and Mental Health Outcomes Across Childhood: A Longitudinal Cohort Study)는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회지(JAMA Dermatology)》에 실렸고 UPI통신 등이 소개했다.
매년 9월 14일은 '세계 아토피 피부염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