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DNA백신 '자이코브-디' 개발이 의미하는 것
지난 8월 20일 인도 정부의 긴급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ZyCoV-D)는 최초의 디옥시리보핵산(DNA)백신이다. DNA백신은 지금까지 제조된 백신과 어떻게 다르며 자이보크-디 외에 또 어떤 백신이 개발 중인지 국제과학저널 네이처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4종류 중 하나다. 첫째, 사실상 죽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활용한 비활성 백신으로서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박 백신이 있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나 숙주와 결합하는 부위(수용체결합영역·RBD)의 단백질을 대량생산해 주입하는 단백질재조합 백신으로서 노바백스 백신이 있다. 셋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DNA를 비활성화한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다른 바이러스에 주입한 바이러스백터 백신으로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백신이 있다. 넷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주입하는 RNA백신으로 개발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다.
자이코브-디는 이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의 DNA를 주입하는 DNA백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DNA 중에서도 스파이크 단백질 코드를 갖고 있는 플라스미드(염색체와 별도로 증식하며 생장에 필수적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DNA)로 알려진 DNA가닥을 주입한다. 플라스미드가 일단 세포핵으로 들어가면 mRNA로 변환돼 세포질 본체로 이동해 스파이크 단백질 자체로 변환된다. 그럼 인체의 면역체계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반응을 증가시키고, 향후 감염을 제거할 수 있는 맞춤형 면역세포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플라스미드는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분해되지만 면역력은 남게 된다.
RNA백신은 세포질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반면 DNA백신은 세포핵까지 도달해야한다. 그래서 개발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DNA 백신은 생산하기 더 쉽고 완제품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RNA백신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잠재적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못해 주로 말과 같은 동물 백신으로만 활용됐다.
인도 제약회사 자이더스 카딜라가 개발한 자이코브-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을 근육조직 깊숙한 곳에 주사바늘로 주입하는 방식을 버리고 피부 바로 아래 조직에 고속 분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피부 아래에는 이물질을 삼켜서 처리하는 면역세포가 풍부해 DNA백신을 인체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시켜준다”고 인도 아소카대의 샤히드 자멜 교수가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 회사 파마제트가 개발한 ‘트로피스’가 이용되는데 미세한 고압의 유체흐름을 이용해 피부 안으로 백신을 주입하기에 주사보다 통증이 덜하다. 대신 보통 2회 접종으로 완료되는 다른 백신과 달리 최소 3회 주입이 필요하다. 그만큼 면역반응 유도를 위해 많은 양의 접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이코브-디는 2만8000여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67%의 백신효능을 보였다. 일부 mRNA 백신이 달성한 90% 이상보다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백신의 효능은 전염성이 덜한 변종에 대한 것인 반면 자이코브-디는 돌파감염율이 높은 델타변이에 대한 것이란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라고 자멜 교수는 말했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의 피터 리치몬드 교수는 “DNA백신이 실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라며 “인간이 확보한 무기를 다양화시켰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진일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DNA백신은 자이코브-디 외에도 6종가량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6종가량은 개발초기 단계에 있다.
일본 제약회사 안제스(AnGes)의 AG0302와 미국 제약회사 이노비오(Inovio)의 INO-4800은 그 선두주자로 현재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AG0302는 근육주사 방식인 반면 INO-4800는 전기펄스를 이용한 피부 세포의 모공에 투입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단계 시험 중인 백신 중에는 한국서 개발 중인 백신 2종이 포함돼 있다. 진원(GeneOne)생명과학의 GLS-5310(피부주입방식)와 제넥신의 GX-19N(근육주사방식)이다. 이밖에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와 태국(공동개발)의 제약회사도 DNA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DNA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크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크고 복잡한 단백질이나 여러 개의 단백질 정보에 대한 코딩이 가능하다는 소리이다. 따라서 현재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질병은 물론 독감, 유두종 바이러스, HIV, 지카 같은 난치병 백신 개발에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위스타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이너 백신면역치료센터장은 DNA백신이 항암치료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