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임박했는데도 느긋…원인은 두뇌 ‘오류’

[사진=Abscent84/게티이미지뱅크]
데드라인이 임박했는데도 일을 하염없이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로 인해 결국 마감일을 놓치기까지 하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데드라인을 앞두고도 여유를 갖는다. 이는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앞두고 미리 공부를 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시험 전날 당일치기를 한다.

이처럼 데드라인이 임박할 때까지 일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DARPA) 논문을 작성하던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다니엘 카네만이 1977년 처음 사용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는 용어가 이와 관련이 있다. 향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은 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이 용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학자들에게 프로젝트에 소요될 시간을 예측해보라고하자 평균 2년이라고 답했으나, 실제로는 9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에 서툴고 낙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계획 오류라는 용어는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심리학 용어로, 사람들이 항상 최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예측에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계획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신축 사례가 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완공 예정일을 1963년으로 잡고 800만 호주 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1957년 신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건물이 완공된 시점은 1973년이었고 최종 비용은 1억 2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이처럼 계획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계획을 세울 때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여러 불편한 정보들을 우리 두뇌가 무시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된 사례들을 예시로 제시해도, 여전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낙관하는 완고한 측면이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제출 가능 날짜를 예측하도록 한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상황이 잘 돌아갔을 때 제출 가능한 날짜와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때 제출 가능한 날짜를 예측하도록 한 것. 실험 결과, 학생들은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때 제출 가능한 날짜까지도 낙관하는 결과를 보였다. 절반도 안 되는 학생들이 이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날짜까지도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계획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워털루대는 후속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제출 가능한 날짜를 예측하도록 했다. 단, 이번 실험에서는 일부 학생들에게 과거 진행했던 유사한 과제들에 대해 떠올려보고 그 내용을 이번 예측에 반영토록 했다.

그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첫 실험과 마찬가지로 낙관적인 예측을 했지만, 과거 경험을 반영토록 한 일부 학생들은 낙관적인 예측을 하지 않았고 예측일과 실제 과제 제출일이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과거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보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내가 아니야”라고 낙관하기보다는 과거 경험을 대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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