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절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타인 일치와 효과 동등
혈연사이 절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의 장기생존율 우수성이 입증됐다. 비혈연사이 일치 이식과 대등한 효과를 보였다.
림프종 다음으로 흔한 혈액암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세포유전학적으로 예후가 양호한 일부를 제외한 약 70%는 항암치료 후 재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김희제, 조병식 교수 연구팀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대상 환자를 혈연사이 절반일치(55명) 및 비혈연사이 일치(55명) 그룹으로 배정하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장기생존율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각각 65%, 54%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이지 않았다. 혈연사이 절반일치 이식이 비혈연사이 일치 이식과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양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혈연사이 절반일치 그룹의 이식 거부반응(일차생착부전)이 0%로 나타나 미국·유럽과 차별화된 ‘저강도 전처치요법’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은 공여자의 정상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조혈 시스템을 공여자의 것으로 바꿔,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잔존하는 백혈병세포(미세잔류 백혈병)를 항 백혈병 면역 반응을 통해 제거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면역세포치료법이다.
이식은 전처치요법(항암제 및 전신방사선 치료)을 이용해 환자의 몸에 남아있는 백혈병 세포를 최대한 제거하고 골수기능을 억제해 조혈모세포가 생착할 수 있는 면역학적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 이용한 저강도 전처치요법은 서울성모병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이식 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PT-Cy)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항흉선항체(ATG)를 사용해 대표적인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병 예방 효과를 공고히 하고 이식 전처치 강도를 낮춰 고령 환자도 견딜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이식 공여자 선택 시 조직적합항원 유전자 8개가 일치하는 형제 공여자가 1차로 고려되며 적합한 형제 공여자가 없으면 타인(비혈연)에서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2차로 찾는다.
국내 등록기관에서 약 40% 비혈연사이 조직적합항원 일치 공여자를 찾을 수 있지만, 적합한 타인 공여자가 없으면 혈연사이 절반일치 이식, 즉 8개 조직적합항원 유전자 중 최소 4개가 일치하는 공여자 이식이 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제대혈 이식도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조직적합항원 유전자의 불일치는 이식 거부반응, 이식편대숙주병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8개 유전자가 모두 일치하는 혈연 또는 비혈연 공여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최근 이식기법이 발전하면서 혈연사이 유전자 불일치 장벽을 부분적으로 극복할 수 있고 반일치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빈도가 국내외에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최소 8개 유전자 중 4개가 일치하에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100% 이식 공여를 할 수 있다. 비혈연 이식처럼 기증자를 찾고 준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식 후 재발해도 공여자 림프구 주입술 등 추가 면역세포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병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중 이식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거나 재발 고위험군이어서 재발 시 추가 공여자 유래 면역세포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들이 혈연사이 절반일치 이식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IF 10.047)’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