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대동맥류’… 60대 이상 남성 환자 급증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골든타임인 3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사가 갈린다. 이런 뇌출혈만큼 치명적이면서 우리나라 60대 이상 남성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 있다. 별다른 자각증상도 없는데다 발생할 경우 환자의 60% 정도는 병원에 도착 전 사망하고, 나머지 40%의 절반 가까이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도 사망한다. 바로 복부대동맥류다.
복부대동맥류는 뱃속 대동맥의 직경이 정상인 2cm보다 1.5배 이상 부푼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혈관이 파열되면 대량출혈로 급사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복부대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 70%가 60대 이상 남성이다.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도 10명 중 2.5명에 이른다.
복부대동맥류는 혈관의 노화와 고혈압, 흡연, 오랜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로 인한 고지혈증, 비만 등이 맞물려 발생한다. 그래서 60대 이상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콜레스테롤과 지방 등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가 혈관에 쌓이면 염증이 생기고, 조직이 약해진다. 약해진 혈관벽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풍선처럼 부풀며 복부대동맥류로 발전하는 것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복부대동맥류 유병률 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흡연 남성의 4.5%가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4-9%의 유병률을 보이는 서양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복부 팽만감과 더부룩함, 복부에서 심장과 같은 박동감 등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경미한 복통이나 허리 통증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복부대동맥류 후면부위가 척추신경을 자극하는 것으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의식을 잃는다. 자각증상이 없는 만큼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된다. 초음파를 통해 복부대동맥류가 관찰되면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한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복부를 절개해 동맥류 발생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개복복원술과 개복하지 않는 스텐트 삽입술로 나뉜다. 개복복원술은 복부 절개에 따른 복강과 심폐혈관계 합병증이 스텐트 삽입술보다 높지만, 안정적인 수술로 5년 내에 CT검사를 통한 주위 대동맥의 변화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복부대동맥류의 주요 수술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스텐트삽입술은 개복수술이 없어 조기회복과 퇴원이 가능하고, 합병증 또한 거의 없다. 하지만 시술 후 약 1년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복부대동맥류는 50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지만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 60-70세가 돼 갑작스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방치하다 파열되면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만큼 평소 흡연과 술자리가 잦고, 비만하면서 복부에서 심장 박동감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