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웅’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국민들의 일상이 멈춰 섰다. 하지만 더욱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다. 의사, 간호사들은 무더위 속에서 두터운 방호벽을 입은 채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은 육체·정신적 피로도가 한계상황이라고 한다.

코로나 병동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어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간호 뿐 아니라 배식, 청소, 환자 개인용무 지원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이후 현재까지 감염된 의료인 570여 명 가운데 간호사가 74% 정도를 차지한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어도 돌파 감염 우려도 높다.

코로나 병동에는 감염환자를 맡을 수 있는 10년 이상 경력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필요하다. 정부가 작년 8월부터 중환자 전담 간호사 단기 양성코스를 만들어 숨통이 다소 트였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다시 고된 업무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간호사 총인원은 늘어도 현장 인력은 늘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신규 간호사들이 금세 떠나고, 인력 충원은 다시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율이 50%에 근접하고 있다. 처우가 열악한 지방 병원, 중소병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코로나 영웅’이라는 말 대신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짝 배려’보다는 처우를 개선하고 근무환경을 바꾸는 근본적인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뿐 아니라 고령화시대를 맞아 갈수록 간호 파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일해야 국민들도 편안하게 간호를 받을 수 있다. 3교대 근무 체제 혁신, 육아 지원, 현실을 반영한 수당 지급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바꿔야 한다.

지난 5월에는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일을 하던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고인은 사망 전날 과도한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고인이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한 병원의 관리를 맡으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보건소 간호사들은 선별검사, 역학조사, 예방접종에 상담 업무까지 1인5역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시간 외 근무가 예사지만 보건소 간호직 간호사의 수당은 한 달에 5만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같은 보건소 다른 분야 간호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영웅’이 맞닥뜨리는 근무여건은 참담한 수준이다. 백신을 맞았어도 코로나 감염 우려가 늘 괴롭히고 있다. 감염되면 가족에게 옮길 수 있다는 걱정이 그들을 옥죄고 있다.

코로나 방역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최선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우리의 의무다. 요즘 정부에서 각종 ‘돈 풀기’가 화두이지만, ‘최전방 전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적은 것 같다. 먼저 ‘위험수당’부터 크게 인상해야 한다. 돈으로 간호사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감을 모두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의 더 큰 확산에 대비해 인원도 크게 늘려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실질적인 상담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들도 내부 근로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태움(직장내 괴롭힘) 이 남아있어 신규 간호사들의 이직요인이 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어느 정도 용인되었던 태움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악습 중의 악습이다. 엄정한 군기가 생명인 군에서도 폭언이 사라지는 추세다. 후배들을 폭언으로 교육시키는 것은 과거의 나쁜 유산이다. 간호 파트 최고위층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병원 경영인은 태움 발생 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힘들게 교육시킨 신규 간호사가 1년 이내에 이직하면 간호 파트 모두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진다. 간호사들의 처우-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내부 리더십 등 시스템을 정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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