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코로나 ‘비상’… 축구선수가 감염되면?
‘월드스타’ 손흥민을 앞세워 멕시코, 카타르에게 통쾌하게 설욕하려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코로나19 암초에 발목이 잡혔다. 대표 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파 선수들을 소집, 월드컵 예선전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리 팀에게 쓴맛을 안겼던 두 팀과 평가전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벤투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발생하는 바람에 경기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4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현지시간 12일 오후 진행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결과 권창훈(SC 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조현우(울산 현대), 황인범(FC 루빈 카잔)과 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5명 모두 무증상 상태로 자신의 방에서 격리 중이며 나머지는 다시 검사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협회는 “재검사 결과가 나오면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오스트리아, 멕시코, 카타르 축구협회와 협의 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감염되면, 대부분 무증상으로 끝나고, 경기력에는 지장이 없을까?
지금까지 선수들의 경험을 종합하면 감염된 선수가 급격히 악화돼 숨질 위험은 적지만, 상당수는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생고생을 하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코로나에서 회복돼 골까지 터뜨렸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티스)는 격리 당시 사회관계망에 수척해진 모습을 공개해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3월 코로나에 감염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의 골키퍼 페페 레이나는 “대형트럭이나 기차에 치인 것 같았다”며 “2~3일 고열과 기침에 숨을 쉴 수가 없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 피로렌티나의 스트라이커 두샨 블라호비치는 “자다 일어났더니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고, 열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는데 오히려 계속 올라 저녁에 39도까지 기록해 병원에 실려가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유럽에선 구단이 팀 전력 노출, 선수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선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확진 선수’가 많지만, 코로나가 스타선수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시즌 직전에 맨체스터 시티의 리야드 마레즈, 아이메릭, 라프르테 등이 동시에 확진됐고, 파리 생제르맹에선 네이마르, 디마리아, 파레데스 등이 코로나에 걸렸다. 유벤투스에선 파올로 디빌라, 다니엘레 루가니, 블레즈 마튀디 등이 확진돼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는 특별한 선수나 팀을 봐주지도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에당 아자르는 1년 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코로나 탓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같은 팀의 브라질 대표팀의 허리 카세미루가 감염돼 브라질은 남미 예선전에 비상이 걸렸다.
프로 축구 선수가 코로나 탓에 죽을 가능성은 낮을지라도 경기력에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제대로 연습을 못하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들이 감염되면 팀 훈련 참가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혼자 집에서 훈련할 수도 없다.
지난 3월 감염됐다 두 달 투병한 파올로 디빌라(유벤투스)는 “확진 초기에 개인훈련을 시도했지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5분만 지나도 피곤했고 근육이 아파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벤투스에선 이탈리아 국가 대표팀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 프랑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블레즈 마튀디가 함께 감염됐다.
무엇보다 축구는 ‘팀의 예술’로 불리는 스포츠인데, 매일 90분 이상 벌이는 팀 훈련에 지장이 생겨 팀 경기력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 홍역을 치르고 있는 팀들의 현재 순위가 이를 증명해준다. 14일 현재 매년 각 리스에서 우승을 다투던 레알 마드리드는 4위, 유벤투스는 5위, 맨체스터 시티는 10위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9월 초 후셈 아우아르(올림피크 리옹),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탕귀 은돔벨레(토트넘) 등이 한꺼번에 확진돼 비상이 걸렸지만, 네이션스 리그에서 나머지 선수들로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 강팀을 꺾는 등 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