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 찌르는 듯한 통증 유발하는 '족지신경종'
달리기를 즐겨하던 30대 여성 A씨는 어느 날 발에 찌르는 듯 심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통증이 오래 가지 않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세 번째 발가락이 저리고 감각까지 무뎌져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이름도 낯선 ‘족지신경종’이라는 병이었다.
족지신경종(또는 ‘지간신경종’)은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발의 신경 줄기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족부를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의사라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발에 외견상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으면서 발가락이나 발의 앞부분에 딛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외견상 특이 소견이 없고, 질병의 초기에는 증상이 순간적으로 발생하고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기도 해 꾀병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통증은 사람마다 순간적이기도 하고 지속될 수도 있지만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하고 보행이 어렵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를 담당하는 신경 줄기이므로 해당 발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기도 하고 이상한 감각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전족부라고 불리는 발바닥의 두툼한 앞부분에 화끈거림이나 전기가 오는 것 같은 통증을 겪기도 한다. 발등이나 발가락에 쥐가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막연한 통증에서부터 찌르는 느낌의 국소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통증이 24시간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딛고 서는 순간, 신발을 신는 순간이나 걷다가 느닷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배서영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 교수는 “증상은 점차 만성화될 수 있어서 오래 걷거나 스포츠 활동 후에 발생하고 장시간 지속되기도 한다”며, “신발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데 굽 높은 신발, 바닥이 얇은 신발, 코가 좁은 구두 등이 대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이나 다섯 번째 발가락에 동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발가락이나 그 근처의 발바닥에 통증이 있다면 족지신경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매우 전형적이고 다른 질환이 의심되지 않는 경우에는 검사 없이 진단하기도 하지만, 해당 관절의 골 구조나 관절의 문제 감별을 위해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병변의 위치와 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 혹은 자기공명영상검사 등을 시행해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많이 걷고 난 후 혹은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발가락이나 그 근처 발바닥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면 우선 서 있는 시간을 줄이고, 조이거나 앞쪽으로 체중이 실리는 신발을 신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쉽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및 관리 방법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서영 교수는 “치료법은 신발의 교체와 활동의 조정 및 발가락의 운동, 약물 및 주사 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호전이 없으면 드물게 인대를 터주거나 비후된 신경 자체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