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선언...왜 '지금 즉각' 대응해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과 우리나라, 이탈리아, 이란 등 몇몇 국가에 한정돼 두드러진 확진 증가세에 이 같은 선언을 공감하지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즉시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과 그 다음 확진자가 많았던 우리나라는 중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현재는 이탈리아와 이란이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이 4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떨까?
이는 그래프 곡선을 통해 좀 더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시스템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 자료를 바탕으로 한 그래프 곡선을 보자.
그래프1을 보면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도 일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이탈리아, 이란의 확진자는 서서히 늘어나다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공통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이처럼 몇몇 나라에 한정된 국지적인 문제일까?
그래프1의 아래쪽에 모여 있는 나라들을 확대한 그래프2를 보면 중국, 한국, 이탈리아, 이란을 제외한 나라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등은 완만하게 늘다 급격히 증가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금 확진자수가 많지 않은 나라들도 방심할 시 대량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확진자수에 비해 사망자수가 적어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우한시의 앞선 사례를 지켜보고도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쓴 소리 역시 듣고 있다. 이탈리아와 이란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선례가 있었지만 확진자수가 급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만약 이처럼 급증하는 곡선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의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확진자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 선진국도 안심할 수 없다. 환자가 늘어날수록 의료 시스템에 과부화가 일어나 대응키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내일이 아닌 '오늘' 곧바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한 점에서 WHO가 이제야 팬데믹을 선언한 점에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국내는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된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틈 역시 드러나고 있다. 대구와 경북 케이스에 집중하면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사례를 비롯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확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밀집된 수도권 방역에 실패하면 더 큰 규모의 지역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1일(현지시간)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란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를 낙관하지 말고 위기감을 느끼고 적극 대비해나가자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가 추산한 코로나19의 치명률은 3.4%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높은 치명률이지만, 확진자수가 늘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면 치명률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에 잘 대비하면 1% 미만의 치명률에 머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3~5%의 치명률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를 낳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대응책 중 하나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꼽힌다. 우한시 폐쇄와 함께 확진자수가 줄어든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비말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 그리고 손 씻기도 매우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물건에 길게는 몇 주까지 생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바깥에서 문손잡이, 테이블,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이러한 수칙을 적극적으로 지켰을 때와 안일하게 대처했을 때 코로나19에 대한 최종 결과물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