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이도 절개가 두려운 만성중이염...어떻게 대처할까?
중이염은 고막 바로 뒤에 위치한 '중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이염 수술은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 피부 절개가 필수였다. 하지만 벌어진 외이도가 회복하기까지 최소 두 달이나 걸렸다. 수술 과정에서 절개부위 바로 옆에 위치한 안면신경과 미각신경을 건드려 마비가 올 수도 있었다. 따라서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가 많았다.
외이도 절개 없이 만성중이염을 수술하는 방법은 없을까?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미각마비(고삭신경)나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후유증을 현저하게 줄일 수는 없을까? 아울러 청력 개선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이준호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지금까지 중이염 수술법은 부작용으로 영구적인 귀먹먹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고 했다.
이준호 교수는 외이도 절개 없이 만성중이염을 수술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는 안면신경과 고삭신경이 위치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연결통로를 만드는 것을 착안했다. 후유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수술 과정 중 소리를 전달해주는 이소골 주변을 정리하기 때문에 청력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준호 교수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만성중이염 환자 79명 가운데 37명에게 새로운 수술법을 시행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평균 회복기간은 2.7주로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5.7주) 보다 2배 이상 줄었다. 후유증 발생 확률도 현저하게 낮았다.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군(42명)에서는 수술 후유증 발생율이 33.3%(14명)인 반면 새 수술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에서는 16.2%(6명)로 2배 이상 낮았다. 후유증의 종류도 일시적 미각의 변화와 같은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었다.
또 수술 3개월 뒤 청력을 비교한 결과 새 수술법에서 청력개선율이 기존 수술법 보다 10% 가량 높았다. 새 수술법을 통해 유양돌기 환기상태를 기존 수술법보다 더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수술 뒤 발생하는 고막 내 염증을 최소화시킨 것이 청력회복에 도움을 준 것이다.
이준호 교수는 "새 수술법은 만성중이염 뿐 아니라 중이염이 동반된 감각신경성 난청환자에서도 인공와우를 삽입해 귓구멍과 이관을 영구적으로 막는 추체아전적출술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수술법인 '확장형 상고실개방술 및 무-외이도절개 접근법'은 국제학술지 '유럽 이비인후과 아카이브(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