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도 병일까? 한 달 넘었다면 병원 가보세요
잠깐의 봄비가 대기의 온도를 식혔지만 다음 주면 벌써 5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렇게 날이 따뜻해지면 '춘곤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잠을 특별히 못 잔 것도 아닌데, 피곤하고 나른하며 졸리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의학적 질병 때문이 아니다.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몸 때문에 생기는 생리적 피로감이다.
일반적으로 춘곤증은 3월 중순부터 5월 초 사이에 나타난다. 오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 의욕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두통, 어지럼증, 초조, 관절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봄을 맞아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증세로, 보통 2~3주간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춘곤증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몇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추위에 익숙했던 신체가 따뜻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호르몬, 중추 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활동량은 늘고 수면 시간은 줄면서 발생하는 불균형 상태의 회복 과정이다. 또 마지막 하나는 활동량 증가로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필요한데, 이런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을 때다.
그렇다면 춘곤증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수면 시간은 7시간이면 적당하다. 피곤하다고 9시간 이상 자면 오히려 춘곤증을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아침 기상 시간은 가능한 일정하게 유지하고, 밤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은 점심을 먹고 10~20분 정도 낮잠으로 보충한다.
아침식사는 꼭 하도록 한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을 많이 먹게 돼 식후 졸음이 쏟아질 수 있다. 날이 풀리면서 활동량이 늘어난 사람은 비타민과 무기질 소모량이 증가하므로 이를 충분히 보충해주도록 한다. 봄철 채소와 나물은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 영양소들은 에너지 대사와 피로 해소를 돕는다. 비타민 B는 콩, 보리, 팥, 현미 등에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 C는 냉이, 달래, 미나리, 도라지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과음을 한 다음 날에는 춘곤증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긴장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운동 역시 춘곤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맨손 체조와 산책 정도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특히 오후 2~4시 사이 잠이 많이 쏟아지는 시간대에는 가벼운 산책이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우울한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은 "봄철 나타나는 춘곤증 증상을 큰 병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2~3주 이내에 없어지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운동이 부족한 사람,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 노인 등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만약 춘곤증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심하게 나타난다면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다른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