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장의 희한한 사과문 "공정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희한한 사과문이 게재됐다.
심평원은 이날 "지난 4월 20일 실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심사직 5급 일반) 도중, 일부 고사장에서 답안지 배포 및 교체과정의 혼란으로 응시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이번 일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리며, 빠른 시일 내에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신규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원장(김승택) 명의의 사과문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발단은 심평원이 지난 20일 진행한 심사직과 행정직 필기시험장에서 발생했다. 심평원은 2019년도 상반기 채용계획에 따라 심사직 192명, 행정직 57명을 포함해 총 294명을 신규로 뽑을 예정이었다.
이날 필기시험 1교시 중 일부 시험장에서 80개 시험문항과 달리 답안지는 50문항용이 배포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심평원 측은 수험생들의 항의로 뒤늦게 잘못을 안 후 1교시 도중 80문항용 답안지를 새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어 2교시에서는 당초 50문항용 답안지가 배포됐던 시험장에 새 답안지를 나눠주며 시험 도중 바꿨던 답안지의 내용을 옮겨 적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교시와 2교시 사이에는 휴식시간이 있는 게 문제였다. 수험생들이 관행상 답안을 맞춰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시험장에 따라 시간제한도 들쭉날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시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심평원은 이번 필기시험 진행을 채용대행 용역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살펴봤다가는 채용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 당일 시험장에서 확인한다는 게 큰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심평원 측은 김승택 원장 명의의 사과문까지 올리고 일부 고사장의 혼란이 확인됐기 때문에 재시험 등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평원 안팎에서는 총원이 3000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의 채용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가 발생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작은 회사에서도 사원 채용 시 공정성과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신경을 쓰는데, 대형 공공기관에서 채용 과정을 외주 업체에 맡기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형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번거롭고 힘든 일은 외주업체에 맡기는 공공기관의 관행도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성과 보안이 중요한 업무는 공공기관 자체에서 진행하는 게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심평원장의 사과문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를 계기로 더욱 더 공정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말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