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 어느 정도가 좋을까?
사람을 만났을 때 얼마나 거리를 유지해야 할까?
여기서 ‘거리’란 정서적 간격이 아니라, 50cm, 1m 같은 물리적 사이를 의미한다.
새삼 사람 사이의 거리가 화제가 된 건 최근 미투 논란에 휩싸인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히는 그를 여성 두 명이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한 가해자로 지목했다.
민주당 소속 루시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 등 미투에 나선 여성들은 “어깨에 손을 얹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뒤통수에 키스했다”거나 “목을 손으로 감싸고 코로 비비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회적 규범이 변하기 시작했고 보호해야 하는 개인 공간의 경계가 재설정됐다”면서 “앞으론 개인 공간을 존중, 유념하겠다"고 밝혔으나 사과가 빠진 그의 반응에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신체 접촉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뉴욕 타임스가 정리했다.
신체 접촉과 사람 사이 거리에 관한 연구는 이미 1960년대부터 진행됐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현장 조사를 통해 사람 사이 거리에 관한 기초를 확립했다.
먼저 ‘친밀한 거리’는 45cm(18인치) 안팎이다. 상대방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로, 이 정도 거리에서 만남은 가족이나 연인 정도로 밀접한 유대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다음은 ‘개인적 거리’로 45cm~120cm(4피트) 안팎이다. 지인이나 동료 정도의 친밀함을 전제한다. ‘사회적 거리’도 있다. 1.2m~3.6m(4~12피트) 정도의 간격이다. 처음 만나 인사하는 사람과 유지하는 거리다.
이 거리는 진화 과정에서 뇌에 ‘안전한 거리’로 입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간격을 침해당하면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즉 위협으로 느끼며 불안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 거리는 평균적인 수치다. 개인차도 크고, 문화권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페루 등지에서는 낯선 사람과 더 가깝게 있어도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서구에서는 1.2m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남미에서는 60~70cm 정도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 사이의 신체접촉은 강력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친한 사람이 어깨를 다독이거나 포옹하는 것은 말로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북돋운다.
문제는 친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다. 문명 사회에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용인되는 접촉은 악수 정도다. 그 이상의 접촉은 상대방이 요구하고, 당사자가 그럴 용의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직장 동료라 하더라도 함부로 어깨를 두르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 행위를 불편해하는 상대방에게 따귀를 맞아도 할 말이 없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폭로돼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상대방과 얼마나 친한지는 쌍방이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나는 친하다고, 나는 딸 같다고 느꼈지만, 상대방은 ‘전혀 아니올시다’인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타인과의 거리, 접촉에 관한 정답은 학자의 연구처럼 숫자로 떨어지는 정답이 없다. 모르겠거든 상대방에게 먼저 물어보라. 뉴욕 타임스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