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태성 고혈압
정의
고혈압 환자 10명 중 약9.5명에서는 고혈압의 발생 원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즉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어서이를 본태성 고혈압, 원인불명성 고혈압 또는 1차성 고혈압이라고하며 hypertension 또는 특발성 고혈압(idiopathichypertension)이라 부릅니다. 나머지 0.5명은신체적인 질환으로 2차적으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2차성 고혈압이라 합니다.
신체적인 질환 중 대다수가 신장질환이라든지 혈압을 상승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에 이상이 생긴다든지혹은 신장에 혈류를 공급해주는 동맥에 이상이 생겨서 고혈압이 발생합니다. 병원에서 고혈압 환자를 진료할때 의사들은 본태성 고혈압인지 2차성 고혈압인지를 우선 감별하며 이에 따라서 치료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혈압의 발생 원인 중 95% 정도는 규명할수 없으나 다음과 같은 경우 고혈압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의 기전
인체의 모든 기관과 세포가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영양분과 이를 이용하여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산소 공급을 받아야만 합니다. 혈액은 이러한 영양분과 산소를 포함하고있으며 따라서 혈액이 우리의 온 몸에 골고루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공급망을 담당하는 통로가 바로 혈관입니다.
우리 몸의 혈관은 마치 수도관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돗물이 수도관을 통과해 우리가 마실 수 있도록 오기까지에는 저 멀리 수원지에서 수도꼭지까지 물이 흘러 올수 있도록 보내주는 수압펌프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 안에서도 심장이라는 펌프가 작용하여 혈관 내의 혈액이흘러서 전신의 모든 조직과 세포에 혈액이 도달하도록 해줍니다.
이때 혈관 내의 압력을 우리는 혈압이라고 말하며 고혈압(高血壓)이란 문자 그대로 혈관 내의 압력이 높다는 뜻입니다. 심장이 펌프질을할 때 수축과 확장 주기를 반복하는데 수축할 때의 압력을 수축기 혈압이라고 하고 확장할 때의 압력을 확장기 혈압이라고 말합니다.
원인
1.유전
먼저 유전 요인을 꼽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부모 중 한 사람이 고혈압이 있다면 4자녀 중 한 명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합니다. 부모 모두가 고혈압이있다면 2자녀 중 한 명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고혈압 환자의 약 1/3이 유전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가족이나 친척들이 서로 얼굴 모양, 키 그 외 유전적인 특성들을닮듯이 혈압도 닮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추측입니다. 그렇다고 가족 중 고혈압 환자가 있다고 해서모두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또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없다고 해서 꼭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소금
소금의 역할입니다. 유전 인자와 환경 요인을 꼭 떼어서 말하기는매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유전 요인이 있으면서 특히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이 발생하는 환자에게서는 혈관벽의 평활근세포 내에 칼슘농도가 올라가 혈관 수축이 예민하게 더 잘 일어나고 그에 따라 혈압이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비만
비만증 환자도 당뇨병과 고혈압의 발생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고혈압환자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비만증과 고혈압 두 가지가 서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왜 고혈압이 더 잘 발생하는지, 그 이유는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비만증 환자는 혈액 내의 인슐린 농도가 증가돼 있고 인슐린의 이용도가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를보이고 있는데, 이런 경우 인슐린이 신장에서 염분의 재흡수를 촉진하고 교감신경의 흥분도를 증가시켜 결국혈압이 상승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슐린은 혈관벽의 평활근세포 증식을 촉진하고세포막의 기능을 변화시켜 세포 내부에 칼슘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혈관 수축이 더 예민해져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연령
연령의 증가도 한 요인이 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압이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면서 동맥의 탄력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고 동맥의 확장이 여의치 않아 혈압이 오르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60세 이상 인구의60~70%가 고혈압 환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혈압이 오르는 것을생리적인 현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혈압이140/90mmHg 이상이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5.음주
음주와 고혈압의 관계는 그동안 확실치 않았으나 최근 연구는 고혈압과 음주가 분명히 관련이 있다고 알려주고있습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 연구자들은 여자가 하루에 맥주나 포도주3잔 이상을 마시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40% 이상 고혈압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6.정신적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고혈압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도시의 소음공해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 중 고혈압 환자가많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와 소음공해가 직접 혈압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혈압의 유전 요인이 있는사람에게 고혈압 생긴다든지 혹은 악화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과 고혈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야심이 많고공격적이며 매사에 경쟁적이면서 강박관념 때문에 업무를 완벽히 마치고자 하는 성격의 소유자를 A형 성격이라고하는데 역학적으로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에게서 고혈압이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7.피임약 복용
여성의 피임약 복용이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피임약을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이 6개월 이내에 상태가 안 좋아지며 일반적으로 경증 내지는 중등증의 고혈압이나타나고 약을 끊으면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일반적으로피임약 복용자의 약 7%에서 고혈압이 발생하므로 평소에 고혈압이 있다든지 신장에 이상이 있다든지 임신중에 고혈압이 있었다든지 비만증이 있는 사람은 피임약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증상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없이 지내다가 정기적인 건강 검진에서 발견됩니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는 두통, 어지럼증, 심계항진, 발기부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통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며, 대개 오전에 심한 뒤통수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그 외에 코출혈, 혈뇨, 망막병증에 따른 시각장애, 일과성 뇌허혈증, 협심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
고혈압에 관련된 검사는 크게
-고혈압의 정도를 평가하는 검사
-고혈압과 동반된 질환을 찾는 검사
-고혈압의 합병증 검사
-2차성 고혈압에 관련된 검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고혈압의 정도 평가인데, 전체 고혈압 환자 중 15~20%가 백의 고혈압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의사 (흰색) 가운을 보면,즉 진찰실에 들어올 때만 혈압이 높은 경우로 집에서 측정하면 정상인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검사해 보면 동반된 위험질환이나 합병증이 없고 예후가 정상 혈압인 사람들과 비슷하기 때문에찾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의 감별을 위해서 고혈압 클리닉에서는 24시간 혈압측정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잠을 자게 되면 혈압이 낮아지는것이 정상인데, 24시간 혈압측정검사는 잠잘 때 혈압이 정상적으로 떨어지는지 아니면 저녁에 과도하게떨어지는지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검사입니다.
고혈압과 동반된 질환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고혈압환자의 20%는 고혈압만 있고 나머지 환자들은 이상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이 단독으로 있는 것보다 다른 위험 요인들이 같이 있는 환자들이 심혈관 합병증 및 사망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동반된 질환을 찾기 위한 기본적인 혈액 검사 및 소변 검사를 시행하게됩니다. 또한 고혈압의 4대 표적장기(심장, 콩팥, 뇌, 망막)가 이미 손상된 환자들은 손상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서 장기생존율이 1/2~1/3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진단 당시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특히 고혈압 클리닉에서는 심혈관 합병증의 발생 유무에 대해서 중점적인 검사를 합니다. 기본적으로심전도, 소변 단백뇨 검사, 혈액 검사를 시행하며 필요한환자들에게는 경동맥 동맥경화초음파, 심장초음파, 동맥경직도검사, 내피세포 기능검사를 시행합니다.
2차성 고혈압이란 본태성 고혈압과 달리 그 원인을 알 수 있는고혈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본태성 고혈압은 여러 가지 복합된 유전 및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하여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원인이 교정되지 않는 고혈압입니다. 전체 고혈압의 90%에 해당되는데 10% 정도의 고혈압에서는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30세 이하나 50세이상에서 가족력 없이 갑자기 발병한 중증의 고혈압
-합병증이 심하게 동반되는 중증의 고혈압
-3제 이상의 고혈압약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이 안되는 치료 불응성 고혈압 등에서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신장 질환입니다. 콩팥 위에 존재하는곁콩팥(부신)이라는 작은 내분비 장기가 있는데 곁콩팥에서알도스테론(aldosterone)이라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종양이 생기거나 양측 곁콩팥의 증식이발생하여 고혈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곁콩팥에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종양이 생겨 유발되는쿠싱증후군이 고혈압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드물게 곁콩팥에서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갈색세포종이라는 종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콩팥으로 가는 신장동맥이 좁아져 있을 경우 고혈압이 생길 수 있습니다.이러한 2차성 고혈압이 의심스러우면 거기에 필요한 여러 혈액, 소변 검사를 하고 적응이 되면 2차성 고혈압 원인질환 감별을 위한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게됩니다.
치료
고혈압 치료는 크게 나누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약물요법과 약물을 투여하는 약물요법이 있습니다. 먼저 비약물요법에 대해서 설명하면
1.비약물 요법
-염분제한
소금의섭취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싱겁게 먹으면 입맛을 잃을 염려가 있으나 우선 음식이 싱겁다고 느낄 정도로최대한 소금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소금 섭취를 제한하면 고혈압 약물의 용량을 줄여나갈 수 있는 일석이조의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체중조절
체중을감소시킵니다. 고혈압 환자가 체중을 10㎏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25mmHg, 확장기 혈압이 10mmHg 정도 감소하며경증의 고혈압 환자는 체중조절만으로도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운동
적절한운동을 합니다. 특히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산보, 조깅, 자전거 타기, 줄넘기, 수영 등의 호기운동(심폐 기능을 증가시키는 운동)이 좋습니다. 아령이라든지 역도, 엎드려서팔굽혀펴기 등은 갑자기 혈압을 올리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운동은 하루 30~45분 정도 1주일에 3회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혈압 합병증이 없는 환자는 운동량을 서서히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유념해야 할 것은 약물 투여와 운동 요법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운동 요법이 고혈압 치료의 전부라고 오해해운동만으로 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환자를 간혹 보게 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금연
흡연을중지합니다. 특히 흡연자들은 병을 나으려고 약을 복용하면서도 동시에 병의 근원인 흡연을 하기도 하는데이는 마치 병 주고 약 주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흡연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동맥경화증을일으키며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하게 합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 발생 확률이약 3배 이상 높습니다.
-정신이환유지
생활을변화시켜 정신적 긴장을 푸는 데 노력합니다. 지나친 음주는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음주를 피하도록 합니다.
2.약물요법
약물요법에 관해 설명하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고혈압환자는 평생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물을 먹고 일시적으로 혈압이 정상화됐다고 완치된 것은 아닙니다. 가령 피부 염증에 항생제를 투여해서 완치되면 약을 끊어도 되는 것처럼 고혈압 치료를 오인해서는 안 됩니다. 약물요법으로 혈압이 정상이 돼도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오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혈압약은 대부분 평생 동안 복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좋은 약제들이 많이 개발돼 개인의 체질에 맞는 약들을 골라 투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하루 1회 내지 2회복용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지속되는 약제들이 개발돼 환자들이 복용하기가 매우 편해졌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요법 초기에 느끼는 무력감, 탈진, 피로감 등은 높은 혈압에 길들여졌던 몸이 혈압이 정상이 됨에 따라 아직 덜 적응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시간이 점점 지남에 따라 새로운 정상 혈압에 적응하게 되면 이러한 증상이 서서히 없어지게 되므로 약은 계속먹어야 합니다. 약물 용량은 개인에 따라 점차 늘려야 할 경우도 있고 점차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