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률 40%인 독감 백신, 맞아? 말아?
[슬기로운 백신 생활 ⑤]
백신 예방접종은 감염병(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체계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백신 거부 운동은 급기야 ‘집단 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코메디닷컴’은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백신을 둘러싼 이런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거는 얼마나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슬기로운 백신 생활’을 모색한다.
매년 겨울이 오면 독감이 번지듯 만연하는 미신이 있다. 독감 백신에 관한 오해들이다.
어떤 이들은 '난 건강하니까'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다른 이들은 백신을 맞고 진짜로 독감에 걸릴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며 접종을 꺼린다. 독감 백신이란 게 결국 "독감 균을 몸에 주입"하는 건데, 두렵다는 것이다.
미국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전염병을 연구하는 마크 톰슨은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가공해 만든다"면서 "독감 바이러스를 그대로 몸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감 백신에 대한 항간의 의구심은 예방 효과에 집중돼 있다. 즉, 예방률이 '반타작'에 불과한 백신을 굳이 맞을 필요가 있냐는 것.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독감 백신의 예방효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독감 백신의 예방률은 40~60% 정도다. 심지어 어떤 해에는 20% 남짓으로 떨어진다. 지난해에 그랬다. H3N2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25%까지 떨어졌던 것. 그래서 사람들은 홍역이나 소아마비 백신 등의 100%에 가까운 예방률과 비교하며, 독감 백신은 별 효과가 없다고 여긴다.
독감 백신의 예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독감 인플루엔자가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마요 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박사는 "독감 바이러스는 몇 분 단위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100% 정확한 백신을 만들어내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이 올해 유행할 인플루엔자를 예측해 백신을 만들지만, 종종 예상이 빗나간다. 매년 새로운 상대와 벌이는 힘겨운 싸움인 셈이다.
예방률이 절반 안팎이라면 굳이 맞을 필요가 있을까?
40%의 예방률만으로도 미국 기준, 수백만 명이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게다가 독감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덜 앓고 넘길 수 있다. 뉴질랜드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 후 독감에 걸린 환자는 백신을 아예 맞지 않은 환자와 비교할 때 중환자실에 입원할 가능성이 60%가량 낮았다.
독감 백신에 관한 최근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 ▲성인의 경우, 접종하지 않으면 독감으로 사망할 위험이 5배 크고, ▲아동의 경우, 백신을 맞으면 독감으로 사망할 위험이 절반으로 줄며, ▲임신부가 접종하면 본인은 물론, 태아에게도 예방 효과가 있다.
요컨대, 전문가들의 의견은 독감 백신은 '안 맞는 것보다 낫다'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맞으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국민 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 보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