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치매 국가 책임제, 부실 센터로 성과 내기 급급?
문재인 정부 '치매 국가 책임제'의 핵심 실무 기관 치매 안심 센터가 전국적으로 30퍼센트밖에 정식 개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6일 보건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6월 말 시도별 치매 안심 센터 운영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해(2017년) 치매 안심 센터 설립 등을 포함한 치매 국가 책임제 관련 예산을 1879억 원 편성했다. 이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7.6퍼센트인 144억 원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금액은 이월(1592억 원) 또는 불용(142억 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안심 센터 69.1%, 핵심 기능 빠진 임시 개소 상태
김승희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제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전국 치매 안심 센터 중 정식 개소된 곳은 30.9퍼센트에 불과했고 인력과 시설 면에서도 미비한 곳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치매 안심 센터 256개소 중 정상 운영 중인 센터는 79곳에 그쳤다. 나머지 177개 센터는 우선 개소 상태로 시설 완공 전까지 치매 조기 선별 검사 등 기초 관리 시스템만을 운영한다.
치매 안심 센터만의 특별 기능인 '쉼터'와 '가족 카페' 등이 운영되는 센터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치매 관리를 위한 상담 센터는 기존 보건소에도 설치돼 있으나 이번 정부는 치매 안심 센터에 치매 환자 및 가족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자조(自助)할 수 있는 쉼터와 가족 카페 등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전국 256개 센터에 쉼터가 설치된 곳은 59.8퍼센트(153개소), 가족 카페가 설치된 곳은 44.1퍼센트(113개소)였다. 해당 시설 부재로 치매 환자 쉼터 프로그램, 가족 교실 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센터에 쉼터 프로그램 운영 비율은 54.7퍼센트, 가족 교실 프로그램 운영 비율은 26.2퍼센트로 나타났다.
전문 인력 부재한 센터, 선별 검사 실적은 60만 건 증가
센터 운영을 위한 인력 현황도 좋지 않았다. 보건 당국은 2017년 8월 "치매 안심 센터 1개소당 25명씩 총 5125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 6월 기준 전국 치매 안심 센터 근무 인원은 그 절반 수준(49.2퍼센트)인 2522명에 그쳤다.
김승희 의원은 "치매 안심 센터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직군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심층 검진을 담당하는 임상심리사 채용 비율은 1.5퍼센트인 39명에 그쳤다"고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5월 "치매 안심 센터를 통해 37만 명의 어르신에게 상담, 등록, 검진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승희 의원은 이에 대해 "보다 세밀한 검진을 요하는 진단 검사는 크게 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치매 선별 검사 실적만 과도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하반기 22만2328건인 선별 검사 건수가 약 반 년 만에 81만8362건으로 약 60만 건 가까이 증가한 것.
김승희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인력,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 제공 서비스가 한정적인 곳이 많았다"라며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 의사 통한 진단 검사 중" vs. "진단 검사 정확성 필요"
복지부는 치매 안심 센터 운영에 관해 "2018년도 치매 안심 센터 운영은 연말까지 단계적 개소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전문 인력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치매정책과 과장은 "신경 인지 검사는 임상심리사 또는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수행하며 최종적인 선별 검사 확진은 협력 의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2018년 8월말 기준 협력 의사는 전국 209개 센터 266명이 선정돼 있으며 이중 248명이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다. 조충현 과장은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있어 해당 지역의 경우 치매 전문 교육을 받은 타과 전문의가 협력 의사로 지정됐다"고 했다.
정지향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장은 "단순 인지 기능 검사만을 통한 치매 진단은 위험하다"고 했다. 정지향 센터장은 "인지 기능 장애가 뚜렷한 중기 이상 환자가 아닐 수록 인지, 행동, 보호자와의 관계 변화 등을 면밀히 고려해 진단해야 한다"라며 "치매 전문가가 아닌 의료진이 초기 치매 환자를 오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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