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에서 우울증 정밀 치료 가능성 발견(연구)

우울증은 단일 질병이 아닌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복합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스웨덴 공동 연구팀이 혈액 검사에서 우울증을 판별하고 정밀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주목 받고 있다.

공동 연구팀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공통으로 L-아세틸카르니틴(LAC)이라는 특정 화학 물질이 적게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16명의 우울증 환자 LAC 수치는 정상인보다 상당히 낮았으며, 서로 다른 병원의 두 그룹 환자들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

특히 어린 시절 학대, 방치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거나 어릴 적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환자일수록 LAC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더불어 약이나 치료 요법으로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LAC 수치가 가장 낮았다.

우리 몸은 카르니틴이라는 효소에서 LAC를 자연적으로 생산한다. 그러나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와 정상인 모두 같은 수준의 카르니틴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LAC 수치가 식이요법이 아닌 우울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LAC는 우리 몸에서 여러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뇌와 신경계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조절하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 방법을 바꾸기 위해 유전자와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LAC 수치 상관관계는 이전에 행해진 동물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LAC가 효과적이고 빠르게 우울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LAC가 우울증을 측정 가능한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이번 연구의 의의를 두었다. LAC 수치로 중증 혹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파악하고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어릴 적 트라우마 등으로 일찍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LAC 결핍 교정 등 정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첫 단계에 진입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선 우울증 치료에 LAC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테스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팀은 향후 LAC와 우울증에 관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나탈리 라스곤 스탠퍼드대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 교수는 "아직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LAC의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 록펠러, 듀크 대학, 웨일코넬 의과대학, 마운트 시나이 이칸 의대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이번 주 미 국립 과학원 저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사진=gettyimagesbank/Marta Ortiz]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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