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순간에도 차분할 수 있는 비결은?
중요한 경기나 까다로운 시험을 앞둔 상황에는 긴장과 불안이 증폭된다. 중대한 순간 혹여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자신감은 급격히 하락하고 두려움은 커지면서 트라우마가 생기기에 이른다. 그런데 초조하고 떨릴만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침착한 상태를 잘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감이 들 때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을 이완시키는 행동들이 있다. 손을 주무른다거나 심호흡을 한다거나 담배를 태운다거나 신경안정제를 먹는 방식 등이다. 최근 ‘조직행동과 의사결정과정(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실린 논문이 이 같은 방법으로 긴장이 풀리는 사람의 특징을 살폈다.
긴장감이 감돌 때도 좋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사람은 실전에 앞서 자신만의 의례 절차를 거친다. 파이팅을 위해 구호를 외치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스스로에게 잘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건다. 그런데 이 같은 주문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250명을 대상으로 낯선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실험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는 저니(Journey)의 ‘돈 스탑 빌리빙(Don’t Stop Believing)’이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는 현재 본인의 기분상태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소금을 뿌리거나, 쓰레기통에 종이를 집어던지며 큰소리로 숫자를 세는 식의 짧은 의례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맥박측정기로 실험참가자들의 심박동수를 체크해 노래를 할 때 심박동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할 때보단 의례 절차를 거친 뒤 노래할 때 심박동수가 보다 안정된 수치를 보인다는 점도 발견했다. 의례 절차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면서 불안과 긴장 수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노래의 높낮이와 성량을 상대적으로 잘 조절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른 도전적인 상황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산수 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실험참가자 절반에게는 어려운 IQ테스트라고 공지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재미있는 퍼즐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자에 속한 사람들은 의례적인 행동이 테스트 결과를 좋아지게 만든 반면, 후자 그룹은 의례 절차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후자 그룹은 테스트를 재미있는 게임으로 생각함으로써 애초에 긴장감과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실전에 앞서 하는 의례 절차가 마음을 침착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에 따르면 무작위로 아무 행동이나 하는 것보단 본인 스스로 명쾌하게 주문 절차라고 인식하는 행동을 할 때 효과가 높아진다. 의례 절차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본인의 능력이 향상될 것이란 믿음을 가질 때 실제 수행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가짜약 효과)와 비슷한 방식으로 효력을 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