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제약환경, 중소제약사 시대 활짝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계약해지와 임상실패, 최순실 게이트,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국내 제약계는 물론이고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산업도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화하는 제약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중소제약사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내수시장에 집중해왔던 중소제약사들이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전문가 영입을 통해 R&D 강화하는 등 성장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 개량신약-일반의약품 강화
제네릭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던 중소제약사들이 최근 들어서는 실적 개선을 위해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약가인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일반의약품 분야를 강화하는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클로피도그렐(항혈전제) 원료 합성 성공으로 원가경쟁력 있는 품목을 보유하게 됐고, 클로피도그렐, 아토르바스타틴(항고지혈), 로슈바스타틴(항고지혈) 제네릭과 개량 신약의 매출을 높여가고 있다.
대원제약은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코대원(진 해거담제)에 힘입어 호흡기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천식치료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무려 14개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신장내과로 영업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유나이티드제약은 제어방출형 개량신약 개발에 특화된 제약사로 개량신약 매출 비중이 최근 5년간 10%p 이상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 연구인력 확충, R&D 강화
신약개발을 위한 R&D 강화에도 힘쏟는 중소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삼일제약은 지난 10월 공석이었던 중앙연구소장에 이정민 박사를 영입했다. 이 박사는 신일제약과 진양제약 등에서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전문의약품 등 연구개발에 20년 이상 몸담아온 인물이다. 또한 SK케미칼 출신의 수석연구원 곽의종 박사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신풍제약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미국을 거쳐 식약처와 고려대 의대 신경약리학 수석연구원을 역임한 주청 박사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고, 동화약품은 11월 신임연구소장에 나규흠 박사를 영입했다.
나 박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 바이오텍연구소장 출신으로 바이오텍 연구위원 및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한국제약협회 바이오의약품 실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이오 전문가다.
- 원외처방 조제액 점유율 확대
중소제약사들의 실적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원외처방 조제액이다. 증권가와 유비스트에 따르면 중소제약사들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원외처방액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는데 국내 업체 조제액은 약 7000억원, 외국 제약사들의 조제액은 약 3000억원 규모였다. 이 중에서도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0.6% 줄어든 24.2%로 부진을 이어갔고 외국 제약사들 역시 지난해 대비 1.4% 줄어든 30.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반면 중소제약사들(11위~30위)의 점유율은 작년 대비 1% 증가한 19.9%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대원제약의 점유율은 25.3%가 증가해 증가율 1위를 차지했고 유나이티드 제약도 21.6%, 삼진제약 19.0%의 점유율 증가율을 보이며 중소제약사의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다.
이와 관련 동부증권 구자용 연구원은 “내수 실적의 경우 누적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시장규모가 정체돼 성장성을 찾기 어렵다”면서도 “퍼스트제네릭, 개량신약 등으로 제품 라인업이 특화된 중소제약사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중소형 제약사들의 점유율 확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제약사들은 벨류에이션 부담이 없고 견고한 성장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