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형제 있는 아이, 심리상태 돌봐야

암 투병 중인 형제 있는 아이, 심리상태 돌봐야

어린 자녀가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면 부모는 아픈 아이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암에 걸린 아이에게 신경 쓰다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자녀에겐 소홀하게 된다. 물론 아픈 아이에게 신경 쓰는 일만으로도 버겁지만 다른 자녀의 심리상태도 함께 돌봐야 한다. 주변의 도움이 있어야 아이가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의 공식보건지침에 따르면 암에 걸린 아이의 형제를 돌보는 일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임상아동심리학 및 정신의학(Clinical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에 최근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이 암에 걸린 형제가 있는 아이가 얼마나 힘든 심리상태에 있는지, 또 이 아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살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영국 아덴브룩 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형제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또 이를 잘 극복해낸 아이는 ‘외상 후 성장’ 상태를 보였다. 외상 후 성장은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심리적 성장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아동과 40~80분간 대화를 나눴다. 연구팀은 형제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감정, 몸이 아픈 형제에게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 등에 대해 물었다. 긍정적인 감정이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아픈 형제와 더욱 친밀해졌다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 학교 친구, 심리상담사에게 느끼는 좋은 감정이다.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도 살폈다. 가령 “나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거나 “이전보다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인지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픈 형제와 관계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또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기 위해선 부모, 의료인, 학교 선생님, 친구처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이 중요하다는 점 역시 확인했다.

단 이번 연구는 실험참가자들의 아픈 형제가 모두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형제가 말기환자라거나 이미 사망한 상태라면 또 다른 실험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형제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느낀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누군가 아파야 긍정적인 감정이 강화된다는 식의 잘못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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