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은 주위의 비판에 쉽게 포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잘못된 추론을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과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인지편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상황은 생각하지 못하고 실패나 비난처럼 부정적인 상황에 집중하는 편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이 같은 인지편향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발견된다. 폴란드과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된 이 같은 사실은 인간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지, 정서, 행동 신경과학(Cognitive, Affective, & Behavioral Neuroscience)저널’에 이러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비관적인 성향을 가진 쥐의 부정적인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의 우울증과 쥐의 비관주의가 유사성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론을 내린 가장 최신 논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쥐가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의 여부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보상과 체벌 훈련법을 이용했다. 가령 특정한 소리에 반응해 버튼을 누르면 보상으로 음식을 주고, 그 밖의 다른 소리에 반응해 버튼을 누르면 체벌로 약간의 전기쇼크를 주는 방식으로 특정 소리에만 반응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런 다음 보상을 줄 때 들려주는 소리와 다른 소리 사이의 중간 톤을 들려줬을 때 쥐의 반응을 살핀다. 보상과 체벌 중 어떤 걸 받게 될지 모를 애매모호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쥐의 반응을 살피면 해당 쥐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애매한 단서를 던진 뒤, 쥐들이 이를 보상의 신호로 생각하는지 처벌의 신호로 판단하는지 살폈다. 즉 보상의 신호로 생각하는 쥐들은 낙관주의적인 기질을 가졌다고 볼 수 있고, 처벌의 신호로 생각하는 쥐들은 비관주의적인 기질을 가졌다고 유추할 수 있다.
실험 결과, 비관적인 성향을 가진 쥐들이 처벌의 신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관주의적인 쥐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자마자 쉽게 도전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는 마치 우울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판에 쉽게 흔들리고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비관주의적인 쥐와 우울증이 있는 사람 사이의 유사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의학적 발전을 이룬 만큼 이번 연구에서도 비관적인 쥐의 반응이 인간의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것으로 보았다. 또 쥐와 인간의 인지과정 및 행동과정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일이 현재의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