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있어도 장수하는 사람들 있다
당뇨, 비만, 고혈압 등 갖가지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은 몸이 쉽게 쇠약해지고 삶의 전반적인 질 역시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다. 실질적으로 상당수 만성질환 환자들이 이 같이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만성질환이 있는 모든 노인이 이처럼 질 나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중에도 비교적 질 높은 삶을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들도 정확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대응기제가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있는 질병을 이겨내고 좀 더 즐겁고 활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대응기제란 어려운 여건에 대처하는 방어적 행동양식을 말한다.
연구팀은 미국 내 65세 이상 성인인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심혈관 건강 연구’에 등록된 노인들을 총 세 그룹으로 나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의 심각도, 활력과 노쇠함의 정도를 나타낸 수치 등을 기준으로 그룹을 분류했다. 활력과 노쇠함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동 및 활동이 가능한 정도를 나타낸다.
첫 번째 그룹은 질병의 심각도와 노쇠함의 수치가 둘 다 높은 그룹(3528명)으로, 이들은 평균적으로 남은 인생의 47%를 건강하게 보냈다. 질병의 심각도는 높으나 활력 수치 또한 높은 두 번째 그룹(882명)은 남은 인생의 55%를 건강하게 보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885명)은 질병의 심각도는 낮으나 노쇠함의 수치는 높은 사람들로 이들은 남은 인생의 37%를 건강하게 보냈다.
연구팀은 세 그룹 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그룹에 주목했다. 이들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한 그룹이다. 질병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 역시 생각 이상으로 길었다.
즉 이들은 연구팀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유별난 그룹으로 정의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이들이 이처럼 높은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의과학자들이 풀어내지 못한 대응기제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는 평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노인의학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