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사진과 구별 어떻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이미지와 실제 사진을 분간하는 일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픽 이미지와 실제사진을 좀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래픽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훈련을 하면 분별력이 높아진다. 또 그래픽이 정교해지는 만큼 새로운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를 소재로 한 선정적인 그래픽 이미지가 논란이 되면서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팀이 컴퓨터그래픽 이미지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더불어 그래픽이 얼마나 정교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3D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영화 속 인물이나 게임 캐릭터가 실물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평소 컴퓨터게임을 즐긴다거나 SF 혹은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이미지를 비교적 친숙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실사와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핸리 파리드 교수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도 사진처럼 실감나는 표현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이런 이미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제 사진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법적인 문제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인물 묘사가 가능해지면서 몇 가지 법적인 공방이 일어난 바 있다. 가령 지난 2003년 미국 국회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린이가 주인공인 외설물을 만드는 것은 ‘음란한’ 짓이라고 표현했지만, 막상 법정에서 이런 이미지를 제작한 피고인에게는 형벌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 이미지가 외설적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동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이 같이 그래픽 외설물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연구팀은 25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얼굴 이미지와 실제 얼굴 사진을 얼마나 잘 분간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실제 사진을 분별해내는 정확도는 92%였고, 그래픽 이미지는 60% 정도의 분별 정확도를 보였다.
그런데 연구팀이 그래픽 이미지들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분별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킨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진행하자 이번에는 그래픽 이미지를 분별해내는 정확도가 76%로 높아졌다. 컴퓨터그래픽 이미지에 자주 노출될수록 분별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래픽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사진이 아니라고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파리드 교수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인간의 능력으로는 컴퓨터그래픽과 실사를 도저히 분별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면 과연 선정적인 그래픽 이미지들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ACM 트랜잭션스 온 응용지각(ACM Transactions on Applied Perception)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