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내... 폐경기 남편이 알아둬야 할 5
언제나 상냥하고 나긋나긋했던 인생 동반자가 어느 날부턴가 쉽게 짜증을 내고 우울해한다.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 역시 덩달아 화가 나, 둘 사이가 심하게 틀어진다. 40대 중후반에 이른 여성은 월경이 끝나고 폐경기(갱년기)에 접어든다. 이때 여성은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보이고 수면장애와 피로감으로 성격이 예민해진다. 다정했던 부부 사이가 삐끗하기 쉬운 시기다. 이 시기 아내의 변화에 남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건강한 습관 만드는데 동참해줘”= 폐경기 징후를 보이는 여성은 본인 스스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편하게 입을 수 있었던 청바지와 블라우스가 잘 들어가지 않고 살이 쪘다는 점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폐경기 여성은 평균적으로 4.5㎏ 정도 체중이 늘어난다. ‘세계폐경학회(International Menopause Society)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에게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는 허리 쪽으로 지방을 집중시킨다.
이 시기 여성들은 살이 찌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칼로리 높은 음식에 손을 대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럴 때 남편이 꾸중하면 둘 사이의 평화가 깨진다. 아내에게 맘껏 먹으라고 부추기거나 반대로 살을 빼라고 잔소리하기보단 함께 산책을 하는 등 건강한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쭙잖은 논리로 설교하지마”= 폐경기에 이르러 기분 변화가 심해진 아내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늘어놓는 남편들이 있다. 하지만 이 시기 여성들은 단지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동조해주길 희망한다.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의 기분은 남성의 이해 영역 밖에 있다. 이를 고치려고 괜한 도움말을 줬다가는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레스 패럿 박사가 그의 저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남성은 눈앞의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려는 반면, 여성은 좀 더 신중하게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가 힘든 점을 이야기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평가하고 충고하기보단 가만히 들어주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 갱년기 여성은 밤잠을 제대로 못자고, 이로 인해 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 숙면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에게 수면장애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따라서 이 시기 남편들은 아내에게 무조건 자길 권하기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이 들어간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 행동은 웃음거리가 아니야”= 폐경기 여성은 몸이 뜨거워지는 열감을 느끼고,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갈증이 나고, 피부가 건조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냉동실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며 열을 식히는 아내의 행동이 재미있다고 웃는 남편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의 80% 이상이 열감을 호소한다. 난소가 에스트로겐을 비롯한 여성호르몬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 이처럼 열감이 나타나는데, 열심히 몸을 움직인 후 땀이 날 때를 생각해보면 아내의 행동이 결코 우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너무 큰 불편이 따른다면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당신 때문이 아냐. 내 호르몬 탓이지”= 아내가 짜증을 내거나 침울한 상태를 보이면 이를 사적으로 받아들이고 기분 상해하거나 불쾌해하는 남편들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이 같은 기분 변화는 남편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아내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상처 받지 말고 호르몬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