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바닥 현관에 우글거리는 세균의 정체
우리 몸과 항상 밀접하게 접해있으면서 세균에 노출되는 빈도는 높은 물건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신발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신발 밑바닥에 붙어있는 세균에 감염되면 심각한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연구팀이 현관에서 세균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샘플의 40%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 디피실)’이라는 박테리아에 오염돼 있었다. 구두밑창 샘플 역시 동일한 박테리아가 39%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관 바닥과 신발 밑바닥의 박테리아 오염 수준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시디프(C. diff)'라고도 불리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은 다루기 쉽지 않은 박테리아다. 항생물질에 저항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설사가 나고, 좀 더 심해지면 위험한 결장 염증으로 진척될 우려도 있다.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이번 논문에 따르면 매년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시디프에 감염된다. 일반적인 감염경로는 병원이지만 35% 정도는 병원 밖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우리 집 현관이 시디프로 오염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신발이 박테리아를 끌고 온 매개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M. 자한기르 알람 연구원은 “신발은 다양한 장소의 오염물질에 노출된다”며 “현관은 대부분 신발에서 옮겨 붙은 세균에 의해 오염된다”고 말했다.
가령 새와 같은 동물 분비물에 시디프가 포함돼 있다. 신발이 새 분비물과 접촉했다면 시디프에 오염되고, 그 신발을 신고 들어온 현관으로 옮겨 붙게 된다. 한번 바닥에 정착한 시디프는 몇 달간 생존이 가능하다.
실내라고 안심하고 현관에 떨어진 과자 조각을 무의식적으로 집어 먹는다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될 위험률이 높아진다. 미국처럼 집안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위험률이 더욱 높다. 우리나라는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는 아니지만 현관 위생관리와 신발 청결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요즘처럼 맨발로 신발을 자주 신는 계절에는 발로 세균이 옮겨 붙을 수 있다. 따라서 발을 만진 손으로 다른 신체부위나 물건을 만져선 안 된다. 또 바깥활동 후에는 발을 꼼꼼히 씻어주어야 하는데 세균 오염 가능성이 낮은 발 환경을 조성하려면 식초를 탄 물에 30분간 발을 담그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