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특권법” 시민단체 반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비롯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환자소비자단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8일 통과시킨 의료인 단순 폭행․협박을 중형으로 가중해 처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부결시키거나 법안소위에서 재심의하라”는 성명서를 19일 발표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의료행위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 제12조 제2항 제1호 신설․제87조 제1항 제2호(이하, 개정안)이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수정의견으로 이날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수정의견은 ‘의료행위 중’을 ‘환자를 진료, 간호 또는 조산 중인 경우’로 변경하고, 의료인 뿐만 아니라 진료업무에 실질적으로 종사하는 의료기사, 간호조무사를 보호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시민환자소비자단체들은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행위는 의사의 안정된 진료환경 보장과 환자의 안전한 진료받을 권리 보호 차원에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 문제는 입법절차상의 과정과 개정안의 내용”이라고 했다.

이 개정안은 의료계의 강력한 입법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계나 법조계조차도 형법 이외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에 가중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과잉입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다는 것.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협박은 대부분 만취한 환자나 환자보호자 또는 조직폭력배 등 폭력성이 강한 환자나 환자보호자에 의해 발생한다. 이렇게 응급실에서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이미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 있고, 이와 관련한 개정안이 재작년 발의되어 2012년 5월 4일 개정되었을 때도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운전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협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제5조의10제1항)의 입법취지와 다르지 않고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협박은 다른 응급환자들의 치료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응급실에서의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고 있고(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12조, 제60조 제1항 1호), 흉기를 휴대하고 폭행협박하는 경우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이미 가중처벌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비롯한 시민환자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의 더 큰 문제는 입법절차상의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작년 12월 17일 발의된 후 1년 동안 단 한번도 공식적인 간담회나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법안소위(18일) 하루 전날인 17일 이학영 의원이 직접 5개 시민환자소비자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와 간담회를 가졌고 이 간담회에서 5개 시민환자소비자단체 모두로부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열린 법안소위에는 이러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환자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1) 형법상의 폭행협박죄로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2)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에 가중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이미 존재하고, (3)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형량도 과도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 타 법률과 형평에도 맞지 않고, (4) 국민정서상 ‘의사특권법’으로 인식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들은 “진료실에서 진료중 의사의 불친절로 의사와 환자가 언성을 높이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웠다고 가정해 보면 개정안에 의하면 이때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반해 환자는 이보다 형량이 3년이나 높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더구나 의사와 환자가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해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지만(반의사불벌죄) 환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비반의사불벌죄)”고 했다.

시민환자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 예방 효과는 예측하기 어려운데 반해 의료현장에서 악용소지가 커 환자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부결시키거나 법안소위로 돌려보내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치게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장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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