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새 펭귄, 스스로 날기를 포기했다?
수영과 잠수 능력이 더 필요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한 펭귄. 이런 펭귄은 ‘파페씨네 펭귄’, ‘마다가스카의 펭귄’ 등 많은 영화에도 등장하며 인간에게 친근한 새로 꼽힌다.
날개를 가진 조류인 펭귄이 이렇게 날지를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펭귄처럼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고 있는 바닷새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기보다는 수영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생물학자들은 바닷새들이 왜 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지 않고 잠수하는 능력을 진화시키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새들은 비행과 잠수, 두 가지 모두를 다 잘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행 능력이 향상되면 이에 반해 잠수 능력이 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연구팀은 펭귄을 조사하는 대신, 바닷새 중 잠수가 가능하면서 아직도 비행 능력을 갖고 있는 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물갈퀴가 있는 발로 수영을 할 수 있는 종인 쇠가마우지와 물속에서 날개를 이용해 수영을 하는 큰부리바다오리를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측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펭귄 및 오리 등에서 이미 수집한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쇠가마우지는 잠수를 하게 되면, 비슷한 크기의 펭귄에 비해 잠수 중 발을 젓는 동작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부리바다오리는 가마우지에 비해 적은 에너지를 썼지만, 펭귄보다는 약 30% 정도의 에너지를 더 소모했다. 결국 먹이 있는 곳과 새끼를 낳는 곳과의 거리가 길고 수영을 해서 이동하는 게 유리했던 펭귄은 스스로 나는 능력을 없애고 잠수하는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의 조류학자 제임스 로원은 “이번 연구는 바닷새가 잠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행 능력을 스스로 퇴화시켜왔다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게 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으며,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가 보도했다.